할리우드 대작 아이언맨(Iron Man)은 올 상반기 국내 관객 400만을 불러 모으며 화제가 되었다. 아이언맨은 세계 최강의 무기업체 억만장자 CEO이자 천재 과학자인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하이테크 슈트를 개발,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21세기형 수퍼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무기 미사일 발표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간 토니 스타크는 게릴라군에 의해 납치가 되고, 게릴라군은 토니 스타크에게 신무기 미사일을 제작하라고 위협한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미사일을 만드는 척 하면서 탈출을 위한 무기가 장착된 철갑 슈트 ‘Mark 1’을 만든다. ‘Mark 1’을 입고 힘겹게 탈출에 성공한 토니 스타크는 이후 ’Mark 1’을 바탕으로 보다 업그레이드 된 슈트를 개발한다. ‘Mark 2’을 거쳐 현실에서 가능한 최첨단 과학 기술이 집적된 하이테크 슈트 ‘Mark 3’를 마침내 완성하게 되는데, 이로써 토니 스타크는 최강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사진출처: 영화 아이언맨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토니 스타크가 세 번에 걸쳐 완성한 아이언맨의 슈트는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
Mark 1의 현실화 – 엑소스켈러튼
최근 미 육군은 영화 아이언맨에 나온 슈트처럼 입으면 평소보다 20배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엑소스켈러튼(Exoskeleton, 외골격)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5년부터 로봇 복장 개발 계획을 세운 미 육군은 지난 해 군수업체인 사르코스와 계약을 맺고 개발을 진행 중이며, 내년 중 현장 테스트를 가질 예정이다. 1995년부터 수행된 이 프로젝트가 10여 년이 지난 최근에야 가능하게 된 것은 제어장치 때문이었다. 제어장치가 너무 느리게 작동하면서 로봇의 작동과 인간의 움직임 간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마이크로 칩의 성능이 눈부시게 향상되면서 로봇이 사람의 미세한 동작에도 실시간 반응하게 돼 실용화에 다가서게 된 것이다.
<사르코스의 엑소스켈러튼>

로봇 복장 개발도 진일보하였다. 용융 상태의 합금을 극히 짧은 시간에 급속 냉각시키면 그 구조가 결정 상태인 금속과는 달리 비결정 구조를 갖는 금속이 만들어진다. 비결정질(Amorphous) 금속은 같은 조성의 결정질 금속에 비해 강도가 몇 십 배나 세며, 내마모성(abrasion resistance)도 뛰어나고, 자기적 특성(magnetic properties)을 갖는다. 한편 철에 크롬을 섞어 비결정질 합금을 만들면 현재 사용되는 고강도 강의 55배 정도의 강도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지름 1센티미터의 줄로 탱크를 들어올릴 수 있는 강도이다.
날 수 있는 슈트 Mark 2와 Mark 3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는 게릴라군으로부터 탈출한 후 제트 엔진을 부착하여 비행이 가능한 ‘Mark 2’를 만든다. 발바닥과 손바닥에 제트 엔진을 부착하려면 고온의 엔진용 소재가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런 고온의 엔진용 소재로 쓰이는 소재를 초내열합금이라 한다. 초내열합금은 보통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과 고응력 하에서 오랜 시간 견디며, 내식성(corrosion resistance)을 겸비한 재료로 철, 코발트 및 니켈 등의 합금으로 만든다. 초내열합금은 제트 엔진용 부품으로 80% 정도가 소모되며 이밖에 증기터빈, 자동차와 선박용 엔진의 배기 밸브, 우주선, 석유 화학 플랜트 및 원자로에 사용되고 있다.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마지막 슈트 Mark 3는 우주복에 가깝다. 우주의 온도 변화는 최고 200도가 넘고 우주선 내부와 밖의 압력 차이도 극심하다. 이 같은 온도와 압력의 변화를 견딜 수 있는 우주복은 일명 ‘스틸섬유’라고 불리는 철로 만들어진다. 스틸섬유는 크롬을 16%~20%, 니켈을 6%~10% 정도 함유하고 있으며, 철강으로 만들어진 아주 가는 실이라고 보면 된다. 스틸섬유로 제작된 우주복은 나일론과 비슷한 강도지만, 1400도의 고온도 견딜 수 있다. 이와 함께 질산, 알칼리 등의 화학 성분에도 강해 우주라는 극한 상황에서 활동해야 하는 우주인의 신체를 보호하는 데에는 최적의 섬유라고 할 수 있다.
티타늄과 형상기억합금
한편 아이언맨의 슈트는 전투기와 부딪혀도 전혀 형체의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초고강도 제품이거나 형상을 기억해서 복원하는 소재이거나, 이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실존하는 금속 중 아이언맨 슈트처럼 초강도 소재는 아마도 티타늄일 것이다. 500도의 온도에서도 무뎌지지 않으며, 무게 또한 알루미늄보다 약간 무거운 비중 4.5이고 강도는 비중 7.9로 단련된 강철과 비슷하다. 세계 제2차 대전 때 독일 롬멜 전차부대가 강했던 이유가 전차를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금속은 열을 받을수록 강도가 저하되지만 티타늄은 적정 범위 내에서 열을 받으면 더 강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으니 아마 토니 스타크도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토니 스타크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소재로 형상기억합금을 들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은 미 해군이 잠수함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즉각 보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개발한 소재이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형상기억합금은 현재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는 텔레비전 광고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며, 안경테, 치아 교정용 와이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정한 온도를 기억시켜 그 온도에 원형으로 돌아오는 성질을 주어 자동차의 외판재에 사용되기도 한다.
아이언맨에서 보여준 여러 소재의 기술들은 현실에서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언맨과 같이 멋진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아이언 몽거(악당이 만들어낸 슈트)에게도 문제가 됐던 아이언맨 가슴에 삽입되었던 초소형 고출혁 저온 핵융합 발전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