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세워지고 있는 초대형 빌딩 ‘버즈 두바이’의 높이가 688에 달해 세계 최고층 기록을 갱신하였다. 최종 높이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700m의 162층 건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8월 말에는 완공된 건물 중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이인 492.3m의 101층 건물 ‘상하이세계금융센터(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가 준공되어 일반에게 공개되었는데, 421m의 88층 건물인 세계 5위의 진마오타워(Jin Mao Tower)와 함께 상하이 Skyline의 명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처럼 세계는 지금 신의 영역에 도달하고자 바벨탑을 건설했던 욕망처럼 마천루 건설 경쟁에 한창이다.
<그림 1> 세계 2위의 최고층 건물 상하이세계금융센터(좌)와 5위의 진마오타워(우)

마천루의 기원
마천루의 기원은 미국 시카고(Chicago)이다. 1871년 대화재로 인해 도심의 건물 대부분을 잃어버렸던 시카고에서는 새로운 건물에 대한 신축 요구가 많았다. 당시 시카고 재건에 참여한 대표적 인물이 있는데, ‘마천루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르 배런 제니(1832~1907)이다. 그는 전통적 건축과는 다르게 간결하고 실용적인 건물을 설계하였는데, 그를 비롯하여 이 시기에 활동한 미래지향적 성향의 건축가들을 가리켜 ‘시카고 학파’라 부른다.
한편 당시 세계 건축시장은 에펠이 강철로만 구성된 에펠탑을 세우는가 하면, 스코틀랜드와 포르투갈 등에서 강철 아치대교를 건설하는 등 건축 및 토목 공사에 철강제품이 활발이 적용되고 있었다. 평소 철강구조에 정통했던 제니는 1885년에 처음으로 철골구조를 사용하여 10층짜리 ‘홈 인슈어런스’ 사옥을 건축하게 된다. 이 건물의 높이는 60m에 불과했지만 19세기말에는 가공할 만큼의 높은 건물이었다(현재는 존재하지 않음). 이후 시카고 건축가들은 너나 없이 제니가 창안한 철골구조를 받아 들였으며, 대형건물이 들어선 시카고는 단기간에 미국 최고의 상업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마천루 경쟁의 역사
현재 ‘마천루’라고 불리는 초고층빌딩에 대한 기준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초고층학회(CTBUH)에서는 일단 220m 이상의 50층 건물이면 초고층빌딩으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 마천루 건축 시장은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주도해왔다. 1931년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381m, 102층) 이후 1980년대까지 세계 초고층빌딩 129채 중 97채인 75%가 미국에서 지어졌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였다. 이 기간의 신축 마천루 150채 중 101채가 아시아에서 지어졌다. 2008년 8월말 완공된 건물 기준으로 1974년 완공된 미국 시어즈 타워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제외하면 세계 Top 10의 마천루 중 8개가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일 달러를 앞세운 중동 국가가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사 중인 마천루의 30% 이상이 중동지역에서 시공되고 있으며, 현재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버즈 두바이’가 완공되면 마천루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릴 전망이다.
<그림 2> 세계의 마천루 
1885년 세계 최초의 마천루 ‘홈 인슈어런스(좌)’와 현재 가장 높은 마천루인 ‘타이베이 101’(우)
철강기술과 마천루의 발전
마천루의 높이 경쟁은 철강기술과 직결된다. 웬만한 지진 등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초고층 빌딩이 흔들림 없이 고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강재는 더욱 강하고 가볍고, 더욱 실용적인 신제품이어야 한다. 1885년 마천루에 사용되는 철강재의 강도는 200Mpa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00Mpa 이상 등급으로 강도가 2.5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하늘 끝까지 건설되는 마천루 건설을 위해 TMCP(Thermo Mechanical Control Process, 가속냉각압연) 강재 및 고성능건축구조용(SN) 강재 등 신소재 철강제품의 사용도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TMCP 강재를 사용하면 기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대비 건축공사 기간도 단축되고, 인력이 적게 들어 시공비가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구조물로 사용되는 강재는 강도를 높이기 위해 합금원소를 사용하지만 탄소량이 높아지면 용접성이 나빠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철강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합금원소의 양을 줄이는 대신, 적절한 압연과 가속 냉각을 이용하여 설계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용접성도 개선한 TMCP 강재를 개발하였다.
이처럼 철은 하늘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는 바벨탑과 같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철강기술이 발전할수록 마천루 역시 더욱 높아져 갈 것이다.
* 마천루(摩天樓, a skyscraper): 과밀한 도시에서 토지의 고도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주로 사무실용의 고층건물. 탑이나 기둥은 포함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