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우리나라는 가을답지 않은 고온 현상으로 몇몇 도시는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가 하면, 하루 중 일교차가 10도 이상 크게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구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워져 가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Green Land’의 빙원에서 매년 500억 톤의 얼음이 녹아 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이 23cm나 높아졌다. 또한 히말라야에 있는 부탄 왕국이나 지면이 낮게 형성된 투발루공화국은 산맥에 있는 빙하가 녹으면 나라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형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말라리아, 콜레라, 댕기열, 설사와 식중독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개도국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섭씨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어린이 설사 환자 수가 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남미 파타고니아의 지형 변화 1925년(상), 2000년(하)>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은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통해 대기권의 열이 외부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 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첫 번째 해결책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교토의정서’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놓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여전히 갈등 중에 있다. 때문에 이산화탄소 발생의 근본적 치유법이 당장 어렵다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것이 대안이라 할 수 있다.
1988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소재의 우즈홀해양학연구소에서 개최된 환경 심포지엄에서 모스랜딩해양연구소의 존 마틴 소장은 “유조선 반척 분의 철가루만 있다면 온난화로 고통 받는 지구를 빙하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의 근거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저장하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식물이며,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려면 질소나 인과 같은 영양소와 함께 철 성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바다에 부족한 철가루를 인공적으로 살포함으로써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할 수 있다면 이들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존 마틴 소장은 1993년 사망하기까지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후, 존 마틴 소장의 이론은 일본 등에서 실제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2002년 일본 환경성과 수산청 등의 연구팀이 러시아의 캄차카반도 동남쪽의 북태평양에 철 용액을 살포하였다. 살포 범위는 80㎢의 해역으로 철의 양은 380kg이었다. 이것은 가로, 세로 각각 25m가 되는 수영장에 귀이개 한 수저 정도의 철을 살포한 것에 상당하는 양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살포 이틀 뒤에 규조 등 식물 플랑크톤의 수가 약 20배로 증가했으며,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380ppm에서 260ppm으로 낮아졌다. 한편 도쿄대 해양연구소는 지난 2004년 가로, 세로 각각 25m인 수영장에 바닷물을 채워 넣고 소량의 철가루를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를 25배 증식시키고 이산화탄소를 40% 줄이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철가루를 바다에 뿌리는 방법으로 15%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철가루를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해양 생태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식물 플랑크톤이 수면 위에 살아있는 동안 작은 동물들이 이를 잡아먹고 다시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플랑크톤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중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되는 양과 심해저로 가라 앉은 양이 정확히 어느 정도 비중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생태이다.
<철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저감법의 개념도(Ocean iron fertilization)>

자료: K. Coale(2001)
1988년 존 마틴 소장의 주장 이후 지금까지 약 12건의 철가루 살포 실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확인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수행된 실험이 6주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엔 아직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철가루의 생태계 무해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약 5,000만~1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해 최소 3년~5년간의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철가루에 의한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는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