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몰락의 시발점이 된 러시아 원정
1812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64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침략을 위한 원정을 떠난다. 프랑스군은 선진적 전술과 강력한 화력을 앞세워 몇 개월 후 손쉽게 모스크바를 점령하지만, 모스크바는 이미 도시의 75% 가량이 러시아 황제에 의해 불태워져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죽음의 도시로 존재할 뿐이었다. 결국 먼 길을 온 프랑스군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많은 군인과 군마가 죽었고 한파로 인해 모스크바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로 귀환하는 도중 많은 병사들이 얼어 죽었으며, 12월 초가 되자 남은 병력은 1만 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은 승승장구하던 그가 몰락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림1 >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추운 날씨에 주석 단추가 가루로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는 전선(戰線)이 너무 길고 보급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석(朱錫, Tin)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시 프랑스 군복의 단추는 모두 주석으로 만들어졌는데 겨울 날씨의 낮은 온도에서 단추가 형태 변화를 일으켜 가루가 된 것이다. 추운 날씨에 단추가 없어진 옷은 제대로 보온 기능을 하지 못했고 결국 프랑스군이 동사(凍死)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림2> 주석 또는 주석합금으로 만든 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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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에 따라 변화는 주석의 물성
순수한 주석은 은백색을 띄며 전이온도인 13.2℃ 이상에서는 딱딱하며 성질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13.2℃ 이하가 되면 부피가 갑자기 팽창하여 분말 형태인 회주석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실생활에서의 주석은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온도는 상관없으나 온도가 영하 33℃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오랜 시간 방치하면 분말로 변해버린다고 한다.
주석의 변태에 대한 지식이 없어 낭패를 본 또 다른 예가 있다. 19세기 러시아 박물관에서 주석으로 된 그릇 일부에 종기 같은 돌기가 생겨 팽창하면서 부서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이를 ‘주석 페스트(Tin pest)’ 또는 주석의 ‘박물관 병’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또 1912년 영국 탐험가 스콧이 남극 탐험 도중 동사하였는데 이유인즉 액체 연료를 보관한 연료통을 주석으로 용접하여 남극의 낮은 온도에서 연료가 새어 나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동기 시대를 열었던 주석
인류가 주석을 사용한 것이 기원전 3500년~3200년부터이고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청동기시대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석에 대한 성질을 제대로 안 것이 20세기 들어서인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주석은 공기 중에서 잘 산화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철, 구리 등의 표면을 도금하는 데에 주로 사용되며, 세계 주석 소비량의 약 40%는 이러한 도금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철의 표면에 주석을 도금한 것이 바로 석도강판(양철)인데, 이것은 인체에 무해해 통조림 같은 음식물 보관 용기 등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