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법을 개발한 베세머
우리가 흔히 부르는 철강(Iron & Steel) 제품은 탄소함유량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선철(Pig Iron)과 강(Steel)을 지칭한다. 1709년 영국의 아브라함 다비(Abraham Darby)에 의해 선철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었지만 철의 대중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선철은 탄소함유량이 높고,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어 부러지기 쉽고, 가공성이 취약해 선철로 구조물을 건설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하중이 제한적이고, 제품을 가공하더라도 정밀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선철을 재정련하여 탄소함량을 0.035%~1.7% 수준으로 낮춘 강은 충격에 강하고, 질기며,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산업용 소재로 선철보다 많은 부분에 사용되게 되었다. 이 강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강법을 발명한 이가 바로 영국의 헨리 베세머(Henry Bessemer, 1813∼1898)이다.
< 그림1 > 헨리 베세머의 초상화

강한 포신을 만들려고 제강법 연구
베세머가 제강법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크림전쟁에 사용하는 대포를 제조하면서였다. 베세머가 만든 포탄은 매우 훌륭했지만, 포신이 발사 시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깨지는 것이 문제였다. 베세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우수한 강철을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당시에도 도가니 제강법(Crucible process)라고 불리는 방법이 있었으나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고 제조비용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베세머는 1년여의 기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제강법 개발에 매진하였고, 마침내 1855년 회전이 가능한 항아리 모양의 전로(Converter)를 이용하여 강철 제조법을 개발하였다.
< 그림2 > 베세머 전로의 도식도

강철 생산의 비약적 증가
베세머 제강법이라고 불리는 전로기술은 산화과정에서 생성된 열을 활용하여 선철에 공기를 불어넣음으로써 탄소를 제거해 철 속에 포함된 탄소 성분을 조절하였다. 베세머 제강법의 장점은 무엇보다 기존 기술대비 10배 이상 빠른 처리시간과 우수한 제강능력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제강법이 200kg 단위에서 작업이 가능했던 반면, 베세머 전로는 한번에 20톤까지 작업이 가능하였다. 또한 3톤∼5톤의 선철을 가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하루(1일)에서 10분으로 단축되었다. 이는 곧 강철 생산의 비약적 증가로 이어졌는데, 당시 유럽의 연간 강철 생산량은 25만 톤에서 1,000만 톤으로 증가했으며, 1만 톤에 불과했던 미국의 생산량도 700만 톤으로 증가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되다
철강 선진국이자 베세머의 조국이었던 영국은 기존 업체들의 견제로 베세머의 제강법 도입이 늦어졌지만,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던 독일과 미국은 베세머의 제강법을 재빨리 적용하여 제조업의 강자로 부상하였으며, 이로써 강대국의 판도도 바뀌게 되었다. 강철의 대량 생산은 선박과 무기 등의 발달 속도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석조 건물의 한계였던 5층 높이를 뛰어넘는 고층 마천루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베세머는 1879년 영국 정부로부터 업적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왕립학회의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한편 1874년부터 제정된 ‘베세머 금상’은 철강산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권위를 가지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