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속은 녹이 슬까?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철은 녹이 잘 스는 대표적인 금속이다. 철이 녹 스는 이유를 열역학적으로 설명하면 순수한 철 상태보다는 산화철이 더 안정된 물질로 자연상태의 철은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게 되며, 습도가 높은 환경이나 일정 온도 하에서 녹이 스는 속도가 더 빠르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금은 산화된 금보다는 순수한 금 상태가 더 안정된 구조이어서 특별한 반응이나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 한 순수한 금이 녹이 스는 경우는 없다.
녹과 관계된 또 다른 금속의 예는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녹이 아주 잘 스는 동시에 가장 녹이 잘 안 스는 금속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알루미늄은 자연상태에서 쉽게 녹이 슬어 표면에 산화피막층(Al2O3)을 형성하는데 표면에 생성된 산화성 피막의 경우, 다른 물질의 산화성 물질과 달리 산소분자가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치밀한 피막을 생성하기 때문에 수분과 산 등에 의한 추가적인 산화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림1 > 내후성강판을 사용하여 시공한 양평의 용담대교

알루미늄의 산화피막층 원리를 적용
이러한 알루미늄의 산화피막층의 원리를 철강제품의 개발에 이용한 것이 바로 내후성(耐候性)강판(Weathering Steel)이다. 내후성강판은 내후성이 우수한 구리, 크롬, 인, 니켈 등의 원소를 소량 첨가한 저합금강으로 일반강에 비해 4배~8배의 내후성을 갖고 있다.
내후성강판이 대기에 노출되면 초기에는 일반강과 유사한 녹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녹의 일부가 서서히 모재에 빈틈없이 밀착하여 알루미늄의 산화피막층과 같이 안정된 녹층을 형성한다. 이러한 녹층은 외부 대기 부식에 대한 보호막이 되어 더 이상의 부식진행을 억제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내후성강판은 페인트 칠 등에 의한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나 유지보수가 어려운 산악지역의 강교량 또는 건축물에 사용되어 수질 및 환경오염 방지와 경제적인 유지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그림2 > 내후성강판을 사용하여 시공한 건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색상을 내는 내후성강판
내후성강판의 큰 매력인 안정화녹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자연부식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단계(1년~2년 경과)는 일반강과 동일하게 부식이 진행되며, 2단계(3년~4년 경과)는 부식산화층 내부에서 크롬, 구리, 니켈 등의 작용으로 치밀한 안정산화층이 형성·유지되며, 3단계(5년~10년 경과)에는 암갈색의 산화피막층 형성된다.
따라서 내후성강판이 사용된 건축물이나 교량은 시공 후 10여 년 동안 외관 색상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팔색조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