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자원 확보 경쟁으로 인해 국가 간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오히려 거대한 통합의 촉매로 작용한 예도 있다.
자원을 위한 끊임없는 충돌
1871년 출간된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은 독일과 프랑스가 알자스와 로렌 지역의 귀속 문제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을 벌이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은 국적이 네 번이나 바뀔 만큼 영토 분쟁이 극심했던 곳이다. 라인강과 보주산맥 사이에 위치해 있는 알자스는 기후가 온화하여 포도주를 비롯한 농산물과 목재가 풍부하고, 알자스 북서쪽에 위치한 로렌은 평야 지역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로렌 지방은 석탄과 철광석 때문에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철광석의 90% 이상이 알자스-로렌 지역에 매장되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 인접한 독일의 루르, 자르 지역은 독일 석탄의 50% 이상이 매장된 대표적인 석탄 생산지여서, 양 지역의 철광석과 석탄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두 나라의 노력은 끊임없는 충돌로 이어졌다.
석탄철강공동체를 제안한 로베르 슈만

공동체 필요성 제안되다
한편,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구소련이 성장하고 미국의 간섭이 늘자 유럽은 위기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장 모네(Jean Monnet)는 유럽 재건을 위한 초석이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에 있다고 믿었으며 양국의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탄과 철강을 공동 관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 재무장관인 로베르 슈만은 장 모네의 구상을 받아들여 1950년 5월 모든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석탄철강공동체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공동체 협약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가장 먼저 참가했는데 프랑스는 독일 루르 지방의 철과 석탄 생산량 증대를 견제하려는 목적에서였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은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를 원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협약에 서명하자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이탈리아 및 베네룩스 3국도 이듬해 공동체에 참여한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에서 유럽연합까지
6개국은 오랜 토론과 협상 과정을 거쳐 경제적으로는 공동시장을 형성하고 정치적으로는 초국가적 기구의 틀을 창출하자는 데 합의하고, 1951년 4월 18일 파리조약이라고 불리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조약에 서명한다. 파리조약은 각국 내 반대에 부딪혔지만 비준에 성공해 ECSC는 1952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ECSC 조약의 목표는 석탄과 철강의 공동시장 형성을 통해 회원국들의 경제 성장, 고용 증대, 생활 수준 향상을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연합 본부

이렇게 첫발을 디딘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이후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 유럽공동체(EC, European Community) 등으로 발전했고 1993년에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철강자원을 둘러싼 자원쟁탈전이 2011년 현재 25개국으로 이루어진 정치, 경제 공동체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