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일상적으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소음이란 사람과 동물의 활동과 행복을 저해할 만큼 시끄럽고 불쾌한 소리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50dB 이상의 음을 소음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낮과 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과 같이 주변 환경에 따라서 소음의 기준은 달라지며 개인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아파트와 같은 생활공간에서 심야시간에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은 상대적 기준에 의해 소음을 구분하는 예가 될 것이다. 여하튼 일상생활과 산업부문에서 기계 및 구조물의 소음과 진동 감소를 요구하는 것은 환경 개선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전통적인 연구는 설계 변경을 통한 구조적인 성능 개선이나 추가적인 장치와 구조물 등을 사용하는 것에 치중해 왔다. 최근에는 구조부재로 사용하는 강판의 특성을 개선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제진강판>

이런 목적에서 개발된 제품이 바로 제진강판(Vibration Damping Steel)이다. 제진강판은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개발된 ‘알루미늄과 수지의 적층판’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자동차 엔진 부품 등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
철강업계가 제진강판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자동차 소음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이고, 1987년에는 엔진부품 등에 사용되는 제진강판이 시판됐다. 이후 제진강판의 적용 범위는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되어 세탁기 드럼통, 팬히터 및 스피커의 외장재 등으로 사용되었고 일반 강판이나 목재보다 제진성이 우수해 현재는 지붕이나 마루, 벽면 같은 건축재와 엘리베이터 소재로도 사용된다.
제진강판을 사용하면 용도나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보통 기존 소재보다 소음을 5~20dB 정도 저감할 수 있다.
<제진강판의 원리>

제진강판의 원리는 소음과 진동 같은 외력이 강판에 가해질 때 진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켜 진동을 감쇄시키는 것이다. 일반 강판의 경우 공진하는 성질이 있어 외부로 가해지는 진동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반해, 제진강판은 점탄성을 갖는 고분자물질을 활용하여 진동을 감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합∙적층형 제진강판은 2매의 얇은 냉연강판 사이에 두께 200~250㎛의 점탄성 수지를 샌드위치 형태로 쌓아서 강판에 가해지는 진동에너지를 강판 사이에 적층된 수지의 전단 변형에 의해 열에너지로 전환되도록 한다.
제진강판의 제진성은 수지의 종류에 따라 상온, 중온, 고온용으로 구분되는데, 상온용은 25℃ 부근에서, 고온용은 60℃ 부근에서 가장 우수한 제진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지를 사용하지 않고 금속 상변태(相變態)로 발생하는 점성유동을 활용해 진동에너지를 흡수하는 제진강판도 개발되었는데, Mn-Cu계가 대표적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제진강판은 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드는 역할을 곳곳에서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