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시대가 열린 지 3천여 년이 흐른 지금, 생활 소재와 산업 소재는 매우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철강은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에 속한다.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 소재는 시멘트로 세계 소비량이 25억 톤에 이른다. 철강이 그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13억 톤이 소비되었다(2008년 기준). 다음 순위인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소비량이 각각 3억 톤과 4천만 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산업용 소재로서 철강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철강 소비량을 인구 수로 나눈 일인당 조강 소비(Apparent steel consumption per capita)를 국가나 지역별로 비교하면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2008년 기준 세계 일인당 조강 소비는 190.4㎏으로 2002년에 140.0㎏보다 50㎏나 증가했다. 선진국일수록 철강을 더 많이 소비하는데, EU와 북미 지역의 일인당 조강 소비는 각각 368.9㎏, 288.4㎏인 데 반해, 아시아는 187.1㎏, 아프리카는 36㎏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철강 소비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인당 GDP가 1만 달러가 될 때까지는 조강 소비도 일인당 800㎏까지 꾸준히 증가하지만, 이후에는 일인당 GDP가 상승해도 조강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다. 그리고 일인당 GDP가 2만 달러에 이르는 시점부터는 3차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인당 조강 소비가 400㎏ 전후에서 안정화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낙농업이 발전한 프랑스의 포도밭

또 철강 소비 경향은 국가의 산업구조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는 일인당 GDP가 2008년 각각 35,442달러, 34,208달러로 비슷했지만, 일인당 조강 소비는 502.4㎏과 247.4㎏으로 두 배 차이 난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과 낙농업이 발달한 프랑스의 산업구조 차이 때문이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라인

한편 자동차, 중공업 및 조선 등 철강 소비가 많은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일인당 조강 소비는 2008년 1,210.4㎏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경우, 일인당 조강 소비가 중국경제 성장세만큼이나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148.5㎏이던 일인당 조강 소비는 2008년 318.5㎏으로 연평균 13.6%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한 국가의 산업구조를 분석하면 향후 철강 소비가 어떻게 변화할 지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