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중파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벼락을 일곱 번이나 맞은 로이 설리번(Roy Sullivan)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미국 버지니아 주 공원 순찰대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1942년 처음 벼락을 맞았고, 1977년 6월 25일까지 총 일곱 번의 벼락을 맞았다. 그때마다 설리번은 화상 등 부상을 입긴 했으나 건강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벼락이 그의 심장이나 척수 등의 기관을 통과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일곱 번이나 벼락을 맞은 것은 매우 불운이었지만, 일곱 번 모두 매우 운이 좋았던 셈이다.
번개는 일종의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이다. 공기는 절연체이므로 기본적으로 전기가 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전하와 음전하를 띤 구름들과, 구름과 지면 사이에 전압이 높아지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전류가 흐르게 된다. 또한 구름이 가지고 있는 전하량의 한도가 초과되면 하늘에서 전하 덩어리가 떨어지는데, 이것이 구름과 땅 사이의 방전으로 이를 벼락이라고 한다. 번개가 한 번 칠 때의 전기량은 전압 10억 볼트, 전류 수만 암페어에 달하기도 한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골프장에서 벼락을 맞고 사망하는 사고가 보도되는 이유는 골프장이 평지이거나 낮은 구릉이기 때문이다. 음전하의 덩어리가 지상으로 내리칠 때 가장 짧은 경로를 찾게 되는데 골프채를 가진 사람이 그 최단 경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하가 많이 모여 있는 뾰족한 곳전위차가 큰 곳이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벼락을 신의 응징으로 생각하던 중세시대에 신성한 교회의 탑 꼭대기에 벼락이 치는 상황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신의 분노로 여겨졌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번개, 벼락이 전기적인 현상이라고 규명하고 피뢰침을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다.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사람으로 미화 100달러의 화폐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폭풍우가 치는 날 연에 쇠붙이를 매달고 연줄에는 명주 리본에 열쇠를 달아 번개가 전기 현상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1752년 인류 최초의 피뢰침을 자기 집에 설치했다. 이후 1760년에 프랭클린이 살고 있던 필라델피아에서 그의 제안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어, 1753년부터 1782년까지 필라델피아에서만 400개의 피뢰침이 설치 사용되었다. 이후 피뢰침은 1760년 영국의 에딩턴Eddington 등대, 1769년 독일 함부르크의 성야곱 교회, 1773년 프랑스 디종의 과학사원회(科學士院會) 등 유럽지역으로 확대 보급되었다.
피뢰침은 크게 돌침부, 피뢰도선, 접지전극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세 갈래로 갈라진 막대기 모양의 피뢰침이 바로 돌침부의 돌침인데, 이 돌침은 주로 용융아연도금을 한 철로 만들어지며 그 지름은 12밀리미터 이상이다. 또 땅에 묻히는 부분인 접지전극에도 철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내식성이 좋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한 피뢰침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