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미항(美港)인 호주 시드니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단연코 오페라하우스일 것이다. 현대 건축의 백미라고 일컬어질 만큼 특별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 건축물은 1992년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에서 선정한 현대의 7대 불가사의 건물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오페라하우스의 건립은 195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정부가 주최한 국제 설계 공모전에서 당대의 유명 건축가들을 제치고 당시로서는 무명인 38세의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존(Jorn Utzon, 1918~2008)의 설계안이 채택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주정부는 공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설계가 완성되기도 전인 1958년 11월에 웃존을 프로젝트 건축가로 임명하고 4년 공기 계획 하에 착공을 시작한다.
웃존의 획기적인 디자인은 미학적으로는 아름다웠을지 모르지만, 건축학자들은 많은 의구심을 가졌다. 시공과정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는데 1단계는 하부구조기단를 만드는 것이고, 2단계는 상부구조물(Shell 지붕, 외장타일), 마지막 3단계는 유리, 인테리어 및 외부마감을 하는 것이었다.
오페라하우스의 구조적인 문제는 2단계 공사에서 부각되었다. 그것은 기하학적으로 형태가 모호한 셸(shell) 모양의 지붕이 반복적으로 되어 있는 구조를 어떻게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웃존의 초기 디자인은 지붕을 5센티미터 두께의 셸로 가정을 했는데 그 아래에 부가적인 구조프레임이 사용되지 않고 그 자체로 거대한 중력과 바람을 지탱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무려 4년 동안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통해 구조설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오페라하우스의 건설비용은 700만 달러에서 1억 200만 달러로 증가되었으며, 공기도 15년이 소요되어 1973년 10월 20일에 개관할 수 있었다.
웃존은 시행착오 끝에 벗겨낸 오렌지 껍질 모양에서 착안하여 지붕에 단일곡률의 기하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자신의 원래 설계를 수정했다. 이에 따라 오페라하우스의 지붕은 2,194개의 콘크리트 조각을 미리 제작한 후 강철 케이블을 사용하여 아치를 만든 후 완성된 아치를 부채꼴 형태로 펴서 셸의 각 면을 만들고 외장은 스웨덴에서 공수한 100만여 개의 무광택 타일로 완성했다. 지붕의 무게는 약 2만 7,000톤 정도인데 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투입된 강철 케이블의 길이는 350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예상보다 늘어난 공기와 더불어 웃존의 정치적 후원자였던 주정부의 카힐(Cahill) 수상이 일찍 죽으면서 웃존은 3단계 유리 및 인테리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해고를 당하게 된다. 후에 웃존은 1973년 개관식에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오페라하우스는 호주의 대표적 건축물로 사랑받고 있다. 웃존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인정받아 2003년 세계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받았으며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