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이 많이 화제가 되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결혼식은 절벽산을 뒤로 하고 들판 사잇길을 버진로드(Virgin Road)로 이용하여 연예인들의 결혼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박하게 느끼어졌다.
비공개 결혼식에서 언론에 공개된 몇 장의 사진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마솥이다. 근처 민박집을 통째로 빌려 신부 대기실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전해지는데, 가마솥 또한 이 민박집의 것으로 원래는 닭백숙을 요리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이날 결혼식에서는 들판에서 국수를 끊이는데 사용되었는데 소박한 시골 결혼식 취지에 맞게 그 흔한 뷔페 음식도, 코스 요리도 아닌 국수를 피로연 음식으로 하객들에게 대접한 것이다.
가마솥이 검은 색깔인 것은 탄소 함량이 높은 무쇠(선철)를 솥의 재질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솥의 재질은 선사시대에는 토기, 청동기시대에는 청동을 사용하였으나 철기시대 들어와서부터 무쇠를 사용해왔다. 토기는 잘 깨지고 견고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고. 청동은 불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 스텐인리스 스틸이나 알루미늄 등이 사용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무쇠가 솥의 재료로 사랑을 받았다.
새로운 소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가마솥으로 지은 밥맛이 좋다고 느낀다. 이것은 솥 뚜껑의 무게, 바닥의 두께와 가마솥의 재료인 무쇠의 성질 때문이다. 가마솥의 뚜껑은 무거워서 내부 압력을 높여주고 넓은 가마솥의 바닥과 무쇠 재질은 온도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게 하고 또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가마솥 내의 압력이 높아지면 물의 끊는 점이 올라가서 밥이 100도 이상에서 지어지게 되어 낮은 온도에서 보다 더 잘 익고 밥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압력밭솝이 가마솥이 가지는 장점을 과학적으로 구현한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무거운 가마솥 뚜겅 대신, 압력 조정장치 등을 상부에 달아 높은 온도에서 밥이 지어지도록 한 것이다.
소위 양은이라 불리는 알루미늄은 열 전도도가 높아 빨리 조리가 가능하지만, 그 만큼 열이 식는 속도도 빠르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라면과 같은 음식을 조리할 때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주방기구를 선호하지만, 밥을 지을 때나 누릉지 등을 만들 때는 여전히 가마솥이 사랑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