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포스코경영연구소 20주년 공동기획
에펠탑 높이 324m… 금속 무게 약 8천 톤
금문교 주탑 등 철골·고장력 강재 사용
철강재로 만든 건축물 세계 관광지 각광
피아노 선율 고탄소강 선재로 만들어져
전세계 롤러코스터 중 94% 스틸코스터
인간의 몸속에 철 3g 없으면 살 수 없어
40여 차례 이상 재활용 가능 ‘친환경 자재’
철을 활용한 금속섬유 등 신소재 개발
미래… 철 활용 더 커져 철기시대 지속
1. 철과 함께 떠나는 여행
포스코신문과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창간·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세계 철강산업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를 교훈 삼아 향후 철강산업이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글로벌 스틸로드’를 공동기획, 1년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실>
철로 만든 세계의 아름다운 건축물
철은 강하고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철강재로 아름다움을 창조한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주저 없이 파리의 에펠탑을 꼽는다. 지금도 이 철 구조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파리를 찾는다.
에펠탑은 높이가 324m로 1930년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에펠탑의 금속구조 전체의 무게는 약 8000톤이며, 비금속 자재를 포함하면 대략 1만 톤이라고 한다.
이 탑이 처음 지어졌을 때 많은 언론으로부터 거슬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의 한 신문은 “향후 20년간 우리가 도시 전체에서 보게 될 이것은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도시 미관을 위협하고 있다”고 혹평하였다.
소설가 모파상도 의도적으로 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고 한다. 이곳이 파리에서 유일하게 그 철 구조물을 볼 수 없는 곳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은 에펠탑이 영화 배경 화면으로 자주 등장하면서 프랑스와 파리를 대표하는 가장 눈에 띄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금문교가 있다. 1937년 건설 후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 된 금문교는 시속 100㎞가 넘는 바람과 안개, 빠른 물살로 인해 당시 많은 전문가가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건축물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다리는 샌프란시스코 시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 카운티(Marine County)를 연결하고 있으며, 총 길이가 2789m로 1959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 건설 당시, 해군 측에서 ‘다리 밑을 군함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를 했기 때문에 다리 중앙의 높이가 수면에서 66m나 되어 현재까지 다리 아래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배가 없을 정도다.
이 다리의 공식 설계자는 시카고의 엔지니어인 조지프 스트라우스로 알려져 있다. 금문교의 2개의 주탑(교각)은 철골로 제작되었으며, 상판의 난간은 철골 트러스 구조로 되어 있고, 주 케이블은 고장력 강재로 제작되었다.
주탑에는 압축 응력을, 주 케이블에는 인장력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였다. 그 밖에 주요 구조부는 주 케이블의 인장력을 땅에 전달하여 정착시키는 앵커, 케이블에 다리 상판을 매다는 행거 등이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시속 80㎞로 3분 정도 소요되고, 걸어서는 왕복 약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편 현대 건축물의 압축된 기술을 모아놓은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는 높이가 무려 828m, 162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높이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에서도 다른 건축물을 압도한다. 이렇게 높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첨단 건축공법의 등장에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강하고 튼튼하면서 가공성이 좋은 TMCP 강재나 고성능 건축구조용 강재 등 새로운 철강재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구조물로 사용되는 강재는 강도를 높이기 위해 합금원소를 사용하지만 탄소량이 높아지면 용접성이 나빠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철강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합금원소의 양을 줄이는 대신, 적절한 압연과 가속냉각 방식으로 설계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용접성도 개선한 TMCP 강재를 개발했다.
TMCP 강재를 사용하면 기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대비 건축 공사기간도 단축되고, 인력이 적게 들어 시공비가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이 세 개의 건축물은 모두 철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왜 철을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만하다.
소리로 때론 도구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철
철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에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약간의 두려움과 공포심에도 불구하고 하강 중에 경험하는 무중력 상태의 짜릿함 때문에 타게 된다는 롤러코스터. 그 기원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적 의미의 롤러코스터는 18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19세기 후반에 미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1920년대 미국 전역의 웬만한 공원에는 롤러코스터가 하나 이상 설치되었다. 그러나 대공황과 TV의 등장으로 롤러코스터는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후 철강재로 만든 스틸코스터가 등장하면서 다시 롤러코스터가 인기를 회복하였고, 2012년 1월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2791개의 롤러코스터 가운데 94%가 스틸코스터이며, 나머지가 우든코스터다.
철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듣고 있으면, 주옥같은 선율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 선율이 아름다워 마치 천상의 세계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너무나 환상적이기 때문에 ‘즉흥환상곡(Fantaisie Impromptu)’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죽은 후에 이 곡을 파기해주기 바란다’고 유언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가장 유명한 곡이 되었다.
피아노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철로 만든 피아노 선재가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선재는 강력한 고탄소강의 선재로서 스프링 등에 사용된다. 고탄소강을 900℃ 이상으로 가열해놓고, 430~520℃의 납을 녹인 용기 속에서 담금질하면 강하고 점성이 뛰어난 소르바이트라고 하는 조직으로 변한다.
이 방법을 패턴팅(patenting)이라고 한다. 그 후 상온(常溫)에서 신선(伸線)하여 목적하는 굵기의 선재로 뽑아 사용한다. 또 피아노선을 스프링으로 사용할 때는 가공 후 200〜300℃로 저온 풀림을 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철분은 인간과 동·식물 건강에 꼭 필요한 요소
인간의 몸에는 약 3g의 철이 들어 있다. 미량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속에 3g의 철이 없으면 인간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도 철 없이는 살 수 없다. 간혹 피 색깔이 녹색인 벌레도 있지만 동물의 혈액이 대개 붉은색을 띠는 것은 바로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철분 때문이다.
식물이 호흡을 하는 데도 철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며, 광합성 작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엽록소 형성에도 철이 필요하다. 인간의 혈액 속에서 철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의 과학자 메리(Mary)로 인체 내 철의 약 60%는 혈액 속에, 약 30%는 간장과 비장, 골수 같은 조직에 들어 있다. 나머지는 근육 속에 미오글로빈과 세포 속의 치토크롬 등에 들어 있다.
철은 혈색소 1g 중에 3.4㎎, 적혈구 1㎖ 중에는 1㎎ 정도 들어 있다. 철은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으로서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하고, 호흡작용에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철분은 주로 십이지장·소장·위장 부분에서 흡수되며, 간장을 거쳐 조혈 장기인 골수에 이르러 헤모글로빈을 형성한다. 그리고 일부 철분은 몸속 세포로 운반되어 세포핵의 크로마틴과 효소를 만드는 재료가 되고 이러한 철은 성인남자의 경우 하루에 1㎎ 정도가 대부분 장 점막을 통해 변으로 배설된다.
체내의 적혈구 형성에 필요한 철분이 부족하게 되면 쉽게 피로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빈혈 증세가 나타나는데, 빈혈환자의 60~80%가 철 결핍성 빈혈로 그 증상은 아주 다양하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식욕 부진 증상이 나타나며,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손톱이 약해지고 피부도 건조해진다.
철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성분으로 고대인은 철을 의약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자성이 뛰어난 철은 예로부터 치료용으로 쓰였으며, 이집트인은 자석을 통해 영원불멸을 갈구하기도 했다.
또한 아픈 사람에게 철가루를 먹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렌은 자석이 특히 배변 작용을 돕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철가루에 설탕을 입히거나 철가루를 그대로 약으로 이용하기도 했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여러 가지 철 화합물이 등장해 철가루를 그대로 먹는 일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재활용·장기사용 가능… 철은 환경친화적 소재
일반적으로 철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공정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체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보면 어떤가? 건축자재 중 원료 채취와 가공, 제품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위당 오염물질 배출량이 가장 적은 것이 철이다.
또한 철광석은 매장량이 무궁무진하여 자원고갈의 위험에서도 비켜나 있으며, 한 번 사용으로 100년 이상 지속되는 유일한 건축자재 역시 철이다. 더욱이 한 번 쓰고 나면 효용을 다하는 여타의 자원과는 달리 수명을 다한 철은 다시 철 스크랩으로 회수되어 재활용이 가능하니 가히 철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 할 것이다.
수명을 다한 철은 회수되어 90% 이상이 다시 철로 태어난다. 이렇게 재생산된 철도 수명을 다하면 다시 철 스크랩으로 회수되는데, 한번 생산된 철 1톤은 생산-소비-회수-재생산의 과정을 40여 차례 이상 순환하기 때문에 누적 사용량만 해도 10톤을 넘기게 된다.
또 철 스크랩은 대부분 도시에서 재활용되므로 미세먼지 저감에도 크게 기여한다. 미세먼지는 주로 수송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철 스크랩은 계속적인 재활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정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철 스크랩은 그 지역 내에서 수거와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지역 간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 소재인 철, 그중에서도 철 스크랩 재활용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35% 수준에 도달했으며, 미국·이탈리아·스페인은 50%를 넘어섰고, 우리나라는 47%에 달하고 있다.
이 밖에 철은 제품 자체로도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환경친화형 강판은 자동차용 고장력 강판, 자동차 연료탱크용 도금강판, 가전용 크롬프리 아연도금강판 등이다.
고장력강판은 일반 강판보다 얇고 가볍지만 강도가 높아 자동차의 경량화를 가능하게 하여 연비를 높이고, 유해물질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무게를 10% 정도 감소시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5~8% 저감된다고 한다.
철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전력의 발전이나 송배전에 사용되는 변압기 및 중전기기와 가전제품에 에너지 효율등급 규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제품이 바로 전기강판이다.
특히 모터의 회전기기의 철심 소재로 이용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의 경우 효율이 좋고 자기적 특성이 우수한 고급제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철은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제품에서도 친환경 소재로서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
미래 생활 속 철의 활용범위 더 넓어진다
실이나 머리카락보다 가는 ‘금속섬유’는 탱크도 뚫는다고 한다. 금속섬유는 섬유와 금속을 결합하여 고온 특성이 뛰어난 신소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현재 금속섬유는 머리카락 50분의 1 굵기까지 개발됐다. 매우 가벼울 뿐만 아니라 전자파나 정전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어 연구복 같은 특수 옷에 많이 사용된다.
금속섬유는 아직까지 고온의 열처리 없이 완전한 밀도를 얻는 문제와 인장강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항공기와 조선, 우주선 등 전 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 기술을 이용하여 총격이나 폭탄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철로 만든 특수 소재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10억 분의 1m 크기의 철선이 옷 속을 파고드는 총탄과 함께 돌아 얽히면서 탄두의 회전력을 감소시키는 방탄 기술도 그중 하나다. 이들 나노 소재도 조만간 병사들이 입는 방탄조끼나 군복으로도 실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도대체 철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바늘과 선박까지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경계는 훨씬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삶의 공간인 주택과 도심의 고층빌딩, 수많은 다리와 첨탑들, 또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기나 자동차나 지하철 등 다양한 이동수단도 모두 철 없이는 만들 수 없다.
일전에 TV 프로그램에서 화학제품 없이 일주일 동안 견디도록 시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출연자들이 매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철이 없었다면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철의 용도는 지금도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철은 훨씬 더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산업의 쌀’이라 일컬어지는 철강의 힘이 아닐까? 우리 인류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앞으로도 계속 철기시대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박현성 수석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소>
게재지: 포스코신문<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