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문·포스코경영연구소 20주년 공동기획 - 5. 철이 어떤 면에서 우수한가
철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플라스틱 등을 꼽는다. 특히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은 무게가 가벼워 일찍이 철강재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소재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아직도 철강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철이 다른 소재에 비해 원석의 매장량이 풍부하여 경제성이 좋고, 철강재가 갖는 기계적 특성 등으로 인해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재활용성 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강재는 연간 15억 톤 이상 생산·유통되고 있으며 그만큼 대중적인 소재다. 이러한 철의 우수성에 대해 살펴보자. <편집실>
경제성
알루미늄·플라스틱보다 비강도가격 현저히 낮아 ‘경제적’
친환경성
재활용 공정,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 적어 ‘친환경적’
활용성
연간 15억톤 생산… 시멘트 이어 세계서 ‘가장 많이 쓰는 소재’
강도 대비 가격 저렴… ‘경제성’ 뛰어난 소재
철은 풍부한 만큼 가격도 매우 싸다. 대표적인 철강제품인 열연코일은 톤당 약 55만 원으로 물보다 저렴하다. 예컨대 물 1ℓ의 가격은 소매가격 기준 1500원 정도인데, 톤당으로 환산하면 150만 원으로 철강재 가격의 약 3배나 된다. 대표적인 대체재라 할 수 있는 알루미늄 가격도 톤당 1700달러에서 2000달러인데, 이와 비교해도 철강제품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강도에 비해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비강도(比强度) 가격을 추정해보면 철강제품은 4.4로 알루미늄 합금 21.2와 플라스틱 11.3에 비해 크게 낮다. 그만큼 우수한 강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다. 물론 사용 용도나 제품을 만드는 공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철강제품은 다른 소재에 비해 가격이 크게 낮은 것만은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시멘트로서 연간 25억 톤이 소비된다. 철강은 연간 15억 톤이 생산돼 시멘트에 이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플라스틱은 연간 3억 톤 내외가 생산되고 있고, 알루미늄은 4000만 톤 안팎이 만들어진다. 구리는 연간 사용되는 양이 2000만 톤에 불과하다. 따라서 철강이 대체재에 비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75배나 다량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가공·내식·내구성 모두 갖춰 사용분야 ‘광범위’
철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뛰어난 기계적 특성과 가공성, 내식성 등으로 가장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철강을 ‘바늘에서 선박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광범위한 용도를 설명하기도 한다. 철강은 재질의 특성으로 인하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엔지니어링 및 건설 자재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철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인 플라스틱도 물통과 생활용품 등 일상의 영역부터 비행기나 혈액주머니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철강제품과 마찬가지로 가공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진보 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는 기계적인 강도가 우수해 압력과 충격에 무척 강하고 전기절연성도 좋다. 또 연화온도(軟化溫度)가 150℃ 정도로 높아 내열성도 우수하다. 그래서 고온에 노출되지 않는 식품용기나 고압의 조건을 견뎌야 하는 비행기 창문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철의 물리적 특성이나 화학적 특성에 비해서는 열세로 평가되고 있다.
철은 높은 강도와 내구성, 우수한 성형성, 그리고 뛰어난 인장 및 항복 강도, 열전도성 등의 주요 특성으로 철도·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뛰어난 용접성과 가공성은 조선 및 플랜트, 자동차, 기계 등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평가된다. 또한 우수한 내식성과 전기전자적 특성으로 가전제품과 건축에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수명 다한 철, 불순물 제거 후 90% 이상 ‘재활용’
통상 소재가 친환경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평가할 때 소재의 재활용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재활용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리사이클링 강도가 사용된다. 리사이클링에 의한 생산량을 광석에 의한 생산량으로 나눈 값인데, 알루미늄이 0.39, 구리가 0.08, 티타늄이 0.02인 데 비해 철강은 0.84로 타 소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전체 생산량 가운데 겨우 3~5%만이 재활용된다.
또한 철은 플라스틱이나 종이와 비교해보면 재활용 공정이 얼마나 단순한지 짐작할 수 있다. 유리도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이미 색(色)이 입혀진 유리를 녹여 투명한 유리를 만들기는 힘들다. 그러나 철 스크랩은 무조건 전로에 넣기만 하면 된다. 전로에서 강을 뽑아내면서 불순물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수명을 다한 철은 철 스크랩으로 회수돼 90% 이상 다시 철로 생산된다.
철을 재활용하면 광물로부터 직접 철을 만드는 공정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82%, 질소산화물은 88.9%, 황산화물은 94.7%를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철 스크랩은 철광석, 원료탄(코크스)과 더불어 철의 3대 원료로 대접받고 있다. 현재 국내 철 스크랩 사용량의 일부를 수입하고 있지만 조만간 자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석에 붙는 철의 성질도 재활용을 용이하게 한다. 플라스틱이나 유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철은 자석을 이용해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만큼 쉽게 수집할 수 있다.
이처럼 철은 재활용이 용이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매우 뛰어나다.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철로 만들어진 공공 시설물들이 자주 도난을 당하는데, 이는 고철이 비싼 대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고철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1990년 결성된 한국고철업연합회는 1997년에 ‘한국철스크랩공업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고철’이라는 명칭 대신 수집한다는 뜻의 스크랩(scrap)을 붙여 ‘철 스크랩’으로 부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철 스크랩 재활용률은 35%에 달한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50%를 넘어섰고 한국도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도 철은 다른 광물자원에 비해 자연을 덜 파괴한다. 광물자원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숲의 나무를 베고 길을 낸 뒤 굴을 뚫어야 한다. 환경 파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광산을 개발해 수지를 맞추려면 캐낸 철광석 안에 철이 얼마 이상 함유돼야 하는지를 따지는데, 이를 ‘경제적 품위(品位)’라고 한다. 금(金)의 경우 1톤의 금광석을 채굴해 3g의 금이 함유돼 있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경제적 품위가 0.03%인 것이다. 알루미늄(보크사이트)은 13%, 아연은 5%, 구리는 0.8%다. 그러나 철은 60% 수준이다.
이처럼 철은 환경을 비교적 적게 파괴하면서도 쓰레기를 거의 남기지 않는 친환경적인 소재다. 다른 소재 대신 철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환경보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인공뼈대·전화카드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쓰여
이 밖에도 철은 여러 가지 우수성을 많이 갖고 있다. 인간의 몸속에도 일정량의 철이 존재하고 있고, 식품 저장용기는 물론 인체 내 인공뼈대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특히 생체 재료에 필요한 생체 적합성은 생체 안정성과 생체 친화성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철이 갖는 생체 안정성으로 인해 철이 몸속에 들어가도 전혀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몸속의 영양소로 존재하기도 한다.
또한 철은 그 특성을 이용해서 좀 더 개선된 성능을 가진 금속을 만들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스테인리스강이다. 스테인리스강은 탄소가 적당량 포함된 보통강에 니켈과 크롬을 첨가해 합금으로 만든 강으로서 녹이 슬지 않고 무척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철에 어떤 합금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성질을 가진 철강제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철의 합금이나 산화물은 자성을 띠는 특성이 있어서 컴퓨터의 디스켓, 녹음테이프, 스키퍼 및 전화카드 등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매체에도 철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앞으로도 철이 가진 우수성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제품에 많이 응용함으로써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계속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현성 수석연구원<포스코경영연구소>
꿈 실현까지 끝없는 진화… 친환경성·경제성 갖춘 ‘최고의 소재’
철의 우수한 특성을 살린 ‘스틸하우스’
목조·콘크리트 주택보다
재활용성·내구성 뛰어나
철의 친환경적인 장점 등 그 우수성은 스틸하우스에서 두드러진다. 1996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스틸하우스’는 미국의 전통적인 목조주택 공법인 2×4인치 목재를 철강재로 대체한 주택이다. 스틸하우스는 두께 1㎜ 정도의 도금강판으로 외부 치수가 목재와 동일하게 ㄷ자 모양으로 만든 스틸 스터드(steel-stud)로 조립하는 주택(Steel Framed House)을 말한다.
일반인은 이런 철로 만든 스틸하우스보다 목조주택이 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약 100㎡짜리 목조주택 한 채를 짓기 위해서는 50년 걸려 자란 나무 40~50그루가 필요하다. 또한 콘크리트 주택은 습식공법이라 시공과정에서 수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철거 시 발생하는 폐자재가 땅속에 묻혔을 경우 흙을 산성화시킨다. 반면 스틸하우스는 자재 재활용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건식공법이라 시공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이 적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틸하우스가 그린 빌딩에 가장 적합한 주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친화적이라는 이점뿐만 아니라 건축공학적으로도 장점이 많다. 뼈대만 철을 사용하는 스틸하우스와 달리 ‘일반적인 철’로 만든 집은 H형강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한다. 그러나 페인트칠이 긁히거나 벗겨질 경우 노출된 철이 쉽게 부식되고 만다. 반면에 스틸하우스에 사용되는 아연도금강판은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어도 부식되지 않는다. 아연이 공기 중 산화해 부식을 방지하는 아연산화물 필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아연이 철보다 먼저 부식돼 도막을 형성하면서 철이 부식되는 걸 막는 것이다. 스틸하우스에 사용되는 스크루 역시 아연으로 도금돼 있고 풀림 방지 기능도 있으므로 스틸하우스 골조는 100년 이상의 내구성을 지닌다.
현재 국내에서는 남해 삼동보건지소,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충북 진천의 이월초등학교, 포항스틸러스 축구단 숙소, 경기도 수원 영통우체국이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세워졌다. 스틸하우스로 단지도 조성되고 있다. 판교 포스틸 단지(25가구), 파인밸리 석천타운하우스(40가구), 포항주택단지(112가구), 평내 포레스트힐(155가구)이 대표적인 예다. 아직까지는 건축법의 제한으로 스틸하우스로는 4층까지밖에 짓지 못하여 대중적인 건축물이 되지는 못한다.
스틸하우스는 자재 재활용률이 높고, 건식공법이라 시공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어도 부식되지 않는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해 내구성이 강하다.
▶
스틸하우스는 자재 재활용률이 높고, 건식공법이라 시공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어도 부식되지 않는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해 내구성이 강하다.
게재지: 포스코신문<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