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국 포스코경영연구소 북경사무소장] 중국 개혁개방 이후 고성장의 과실을 누렸던 대부분 외자기업이 2000년대 이후, 외자우대 축소, 로컬기업의 부상, 인건비 등 요소비용의 상승 등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탓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2009년 대중 투자가 전년비 2.6% 감소한 이후 증가하긴 했지만, 증가율은 정체 상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외자기업의 중국 철수도 증가하고 있어서 외자의 탈(脫) 중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외자기업들의 중국사업 사례를 통해 도출한 7대 성공 요인을 재점검함으로써 중국 공략에 나선 기업들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사전관찰과 계획수립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중국 진출 15년 전부터 상해사무소를 통해 경쟁구도, 시장잠재력, 노동공급 상황 등을 관찰했다. 이는 중국시장이 중요 거점이긴 해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둘째, 현지 기업과의 동반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성공한 외자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국영기업과의 합작을 선택했다. 합작을 바탕으로 토지, 원료,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정부 지원을 획득할 수 있고 유통 개척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북경농업국, 중국축산협동조합 등과 합작사를 설립함으로써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한 육류 보급, 재료 품질 보장 및 정부 담당 유통업체 알선 등 혜택을 누리고 있다.
셋째, 고급 이미지 차별화가 필요하다. 즉 중국 기업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파리바게뜨는 한국 시장에서 적용되는 베이크 오프(Bake-off) 시스템을 도입해 중국 공장에서 제작해 배달하는 빵과 차별점을 두었다. 간판도 초창기에 영어 간판만 달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이같은 고급화 전략은 중국이 더는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넷째, 역사와 문화, 관습으로 인한 중국인의 특수성을 수용해야 한다. 중화주의로 일컬어지는 오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 스케일을 중시하는 중국인 특유의 체면의식 등을 경영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펩시는 자사 상징인 파란색을 포기하고 중국인 취향에 맞춰 빨간 펩시를 출시한 바 있는데 중국인들은 이를 중국에 대한 존중으로 해석했다. 아우디는 상당한 투자를 통해 차량 프레임 자체를 바꿔 중소형 세단의 차량길이를 늘인 A6L, A4L로 큰 호응을 얻었다.
다섯째,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정책 변화가 빈번하고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등 예측이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진출 초기 핵심전략은 불법복제와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불법복제가 줄긴 커녕 소비자 반발과 중국정부 미움을 사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MS는 불법복제 감시, 감독에서 묵인으로 사업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중국 내 소프트웨어 가격 인하, 인재 육성으로 성과를 거뒀다.
여섯째,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는 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당장 사업과는 큰 관련이 없더라도 사회친화적인 스폰서링 마케팅을 통해 기업시민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 P&G는 2006년 일본에서 제조한 SK-II 화장품에 중금속이 함유된 사실이 밝혀지고 여기에 반일감정까지 더해져 중국시장 일시퇴출이라는 위기가 닥쳤음에도 사건이 3주 만에 마무리되고 상황이 회복된 데는 P&G의 대정부 관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끝으로, 중국과의 동반성장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중국시장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말로만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랜드는 2010년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억 위안의 법인세를 냈다. 투명한 회계를 바탕으로 세금을 정직하게 많이 내는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토지분양 파격 대우, 세금환급 등의 특혜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절차와 법 해석의 난해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업 리스크도 크게 줄었다.
이같은 사실을 간과하고 중국 성장세에만 묻어가려는 식의 진출로 실패하는 한국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고,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우리 기업들이 아무쪼록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실행을 통해 세계의 시장으로 다시 주목받는 중국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게재지: 이데일리<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