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해외자원개발,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석유를 흔히 ‘검은 황금’이라 부른다. 안 쓰이는 분야가 없는 귀중한 자원인데다 금처럼 일부 지역에만 집중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귀한 석유의 국제가격이 크게 최근 6개월 사이 무려 60% 가량 급락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기에 뜻밖의 상황 변화에 따른 국가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당장 유가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 일부 산유국들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원유수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와 이란,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등이 그런 나라다.특히 러시아의 경우 재정수입에서 석유 및 가스판매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에 달해 이미 치명타를 입고 있다. 원유수입이 많은 일본·인도·중국 같은 국가들은 유가하락으로 앉아서 ‘이득’을 챙기게 됐다. 한국도 대표적인 수혜국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원유수입량이 9억1500만 배럴로, 연간 수입금액은 1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떨어져도 한 해 거의 100억 달러 가까운 돈이 절약된다.
최근 스위스에서 폐막된 다보스포럼에서도 유가전망이 뜨거운 화두였다. 앞으로 3년 간은 유가가 지금 같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주장과 향후 투자위축으로 공급이 줄어 유가가 4~5년 내 배럴당 200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현재로선 어느 주장이 맞을 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금의 저유가가 우리에게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간에 원유 확보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과제다. 이미 중국은 이번 유가하락을 호기로 삼아 국영 석유회사들이 값싼 광구를 사들이기 위해 세계 곳곳을 뒤지고 있다. 참으로 중국이 무서운 것은 국가 주도하에 국영기업과 국영은행들이 국익을 위해 일사 분란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해외유전개발사업 예산이 2010년 1조2556억원에서 2013년에는 2200억원으로 줄어들더니 금년 예산은 570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난해 배정된 예산은 손도 대지 않은 채 집행률 제로 상태에서 해를 넘겼다. 이런 상황에 일부 공기업들은 부채비율 축소라는 부담에 내몰리며 신규자원개발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원래 해외자원개발은 상당히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한 일이다. 그 동안 자원확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해도 세계 원유 및 가스 매장량 중에서 우리가 확보한 물량은 0.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석유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2.9%)이나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1.9%)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의 자원확보 수준은 매우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하루속히 바로 잡고 자원개발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과 보완 시스템을 구축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단기적인 시각이나 정치논리로 국가적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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