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최신작에서는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등장하는데 인상 깊은 추격 씬 중 하나는 톰 크루즈가 엘리베이터 바닥을 잡고 99m 높이의 굴뚝을 쫓아 올라가는 장면이다.
이 굴뚝은 폐산업시설 재생사업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인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의 굴뚝이다. 현대 미술관에 다소 생뚱 맞게 굴뚝이 있는 이유는 테이트 모던이 있는 건물이 원래는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였기 때문이다.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세계대전 직후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1947년에 준공된 화력발전소로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1,300GWH의 전력을 생산했으나 오일쇼크와 장비 노후화 및 공해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전력생산량이 1980년엔 9.6GWH까지 떨어졌다.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게 된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결국 1981년 문을 닫았다.
이후 10년 이상 방치되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자리에 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1994년 국제현상 공모를 내걸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들 설계도를 출품했는데 대다수 건축가들은 흉물이 된 발전소를 헐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짓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최종 심사에 오른 6개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스위스 출신의 젊은 건축가 두 사람, ‘헤르조그’와 ‘드 므롱’이 공동 제안한 작품만이 기존 화력발전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제출해 최종안으로 채택되었다.
그들의 설계에 따라 길이 200m의 터빈 건물은 미술관의 입구가 되고, 발전소의 천장을 걷어낸 자리에는 유리 지붕을 설치하여 건물 내부에 자연광을 비추는 구조로 바꾸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를 지탱해주던 철골조 등 기본 구조는 거의 건들지 않고 재활용되었고 건물 한가운데 원래 발전소용으로 사용하던 높이 99m의 굴뚝은 반투명 패널을 사용하여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도록 개조하였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 '스위스 라이트(Swiss light)'라고 부르는 이 굴뚝은 오늘날 테이트 모던의 상징이 되었다.
2층에는 템즈 강 쪽으로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고, 카페와 세미나룸, 강당, 선물상점 및 전시실 등이 있다. 3층과 5층은 상설 전시공간이며, 4층에서는 기획 전시가 이루어진다. 6층에는 멤버스룸이 있으며, 7층에는 레스토랑과 바 등이 배치되어 있다. 미술관의 전시 작품은 20세기 이후의 미술작품들로 20세기 전체를 아우르는 4가지 주제, 곧 풍경(사건·환경), 정물(오브제·실제의 삶), 누드(행위·몸), 역사(기억·사회)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테이트 모던에는 피카소, 모네, 마티즈, 앤디워홀 및 백남준 작가 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테이트 모던은 개장 전에는 연 평균 180만명 정도의 관람객을 예상했지만, 개장 첫해 500만명이 방문을 했고, 2007년 한 해에는 관람객 수는 820만명에 달한다. 사실 런던은 테이트 모던이 세워지기 전까지 현대 미술 분야의 정평있는 미술관이 없었지만 테이트 모던을 계기로 런던은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노후한 산업 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바꾼 사례는 테이트 모던 외에도 많다. 철도역을 개조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맥주 공장을 바꾼 일본의 삿포로미술관 등이 있다.
테이크모던이 런던 시민 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을 받는 것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 도시재생에 따른 녹색성장 및 미술관 내에 있는 다양한 교육 시설 및 구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이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의 기본 철구조를 철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하여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이 도시 재생사업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5월 6일자 철강금속신문 지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