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은 중국 광둥성 심천시의 중국 발음이다. 40년 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홍콩과 맞닿은 선전을 개혁개방 시범 도시로 지목한 뒤 지금까지 연평균 2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달려왔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이곳에서 `선전포럼`을 개최했다. 공식 명칭은 `한중 웨강아오다완취 경제협력포럼`이다.
웨강아오다완취는 광둥성(웨), 홍콩(강), 마카오(아오) 등을 묶는 대연안지역(다완취)을 의미한다. 영문 표기는 그레이트 베이(Great Bay·GB)다. GB는 보통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 영국을 표현하는 약칭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이 청나라를 협박해 조차한 홍콩이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됐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7년 7월 중국의 GB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광둥성의 제조업,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 및 관광 등 서비스업, 선전의 정보통신기술 및 벤처기업 등이 융복합 시너지를 내도록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체서용, 즉 중국 전통을 지키면서 서구의 기술과 문화를 활용하겠다는 중국적 리더십이 작용했다. 정작 GB 본류인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시기에 중국은 역설적으로 GB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GB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인 개방, 융합, 공유, 플랫폼, 인공지능 등을 적용해 중국 고유의 경제 발전 모델을 만들겠다는 꿈을 담고 있다.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을 리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흥산업이 꽃피는 GB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웨강아오의 중심도시 선전은 새로운 방식의 제조업 생태계를 형성해 `글로벌 IT제조 수도`로 꼽힌다. 시내 중심에는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센터가 몰려 있고, 그와 가까운 곳에 테스트 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다. 그리고 둥관 같은 시외 지역에서는 대규모 공장이 스마트폰, 게임기, 노트북 등을 쉴 새 없이 생산하는 구조다. 전 세계 첨단제조업의 가치가슬을 통합한 플랫폼을 통해 젊은 벤처 스타트업들을 엮어 주는 잉단(cocobuy.com)은 선전식 벤처 육성을 상징하는 업체다. 잉단 창업자 이름이 캉징웨이, 이어서 청 말기에 급진적인 개혁을 주창했던 캉유웨이 생각이 난 것 또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화웨이가 선전 바로 옆인 둥관지역에 새로 만들고 있는 연구개발센터 건물들은 유럽풍으로 건축해 디즈니랜드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들이 최대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도록 마치 대학 캠퍼스와 같은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텐센트는 4만여 명 종업원의 절반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 내는 것(We see infinite possibilities)이 꿈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전의 경쟁력을 보여준 로봇협회 방문도 큰 울림으로 남았다. 현재 선전에서는 650여 개 로봇기업들이 경쟁하며 2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래로 달려나가는 선전을 보면서 대한민국 미래가 걱정되지만 중국의 GB 개발을 적극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자고 제안하고 싶다.
중국 GB의 장점은 국가 주도의 일관성 있는 모방창신이지만 세계 경제의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경제의 기업가정신과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기업시민의식이 접목돼야 한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기술을 견제하고 나섰지만, 정작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선전은 GB 시대에 관한 낙관적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많은 중국 기업가들이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한반도 7000만 인구가 평화번영을 토대로 중국 GB 7000만 인구와 긴밀한 경제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GB1·Greater Business ecosystems),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든다면(GB2·Greater Business community) 1억4000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우리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꿈을 함께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매일경제 (201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