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등산을 할 때 등산화의 끈이 풀린 것을 발견한다면 등산화 끈을 대신 묶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두꺼운 방한 장갑을 벗고 끈을 조여 매도 걷다 보면 다시 풀리는 끈을 다시 묶는 일은 다소 귀찮을 지도 모른다.
몇 해 전부터 신발에 달려 있는 둥근 다이얼을 돌리면 와이어가 조여지고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와이어가 풀리는 장치가 장착된 등산화, 스키 부츠 및 일반 운동화 등이 출시되고 있다.
끈을 조이고 푸는 다이얼을 포함한 부품 일체를 이 제품을 만든 회사 상호를 그대로 사용한 ‘보아(Boa)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제품을 개발한 ‘보아 테크놀로지’ 게리 해멀스 래그 대표가 말하는 제품 개발 동기는 매우 단순하다. 스키타운에서 일하던 그는 어린 아이들이 스키화를 신고 벗을 때 끈을 매고 푸는데 애를 먹는 모습을 보고 끈을 매지 않아도 되는 신발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고 한다.
그는 스키타운에서 일하기 전 18년 동안 아버지와 의료장비 사업을 했었는데 심장수술 할 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와이어를 이용한 의료기기를 개발해 병원에 공급한 전력이 있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시제품을 1998년 스노 부츠와 스노 보드화 등에 적용하였고 200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시되었다.
제품의 크게 3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편리하고 미세하게 조정이 가능한 다이얼, 저마찰 레이스 가이드, 그리고 와이어 부분이다. 사용되는 와이어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신선한 제품을 0.1mm 지름 안에 49줄을 꼬아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스틸으로 만든 강선을 꼬아서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강도로 만든 것이다.
첫 제품이 나오자 끈도 없이 부츠 전체를 유연하게 조이는 신기한 제품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처음에는 일부 제품에 제한적으로 적용됐으나 갈수록 적용 제품을 늘려갔다. 스노 보드 부츠에 처음 적용했을 때 전 세계 스노 보드화의 30%가 보아를 장착할 정도였다. 이후 아웃도어 메이커들이 자사의 신발에 이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채용하였다.
스노 부츠와 스키화에서 시작된 이 제품은 2005년에는 사이클화에 적용됐고 2006년에는 골프화에 부착됐다. 2007년에는 일본시장에 진출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을 부착한 신발이 전세계에서 2005년 100만 켤레, 2007년 200만 켤레, 2008년 300만 켤레, 2009년 500만 켤레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전투화까지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현재 동사의 세계 점유율은 97% 이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copycat 제품을 제외하고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이다.
<7월 1일자 철강금속신문 지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