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의 뚜껑이 처음 발굴되어 화제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해 전북 고창소재 무장현 관아와 읍성에서 발굴한 비격진천뢰를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뚜껑을 확인했다고 지난 7월 12일 밝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초기 대포에서 발사되는 포탄은 폭발하지 않는 단순한 고체 덩어리 발사체 형태로 제작이 되었다. 포탄이 적에게 도달할 때까지 폭발을 지연시키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의 대포의 포탄은 폭발력보다는 단순히 충격력을 활용하여 성이나 선박 같은 구조물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조선 선조 때 화포장이었던 이장손이 만든 비격진천뢰는 발사하면 날아가서 폭발하면서 천둥 번개와 같은 굉음을 일으키며 수많은 철 파편을 쏟아내는 일종의 수류탄 같은 무기다. 비진천뢰, 진천뢰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비격진천뢰는 내부에 화약을 충전하고 신관 장치를 갖추고 있어서 적 위치에 도달할 때쯤 자체 폭발을 일으켜 파편으로 적을 살상할 수 있다. 이번에 발굴된 뚜껑은 포탄 안에 들어가는 목곡(木谷·골을 판 막대기), 쇳조각, 화약 등 부속품이 낙하지점까지 가는 동안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비격진천뢰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면 무쇠 안에 대나무통(竹筒)을 꽂고 대나무 통 안에 나선형의 홈을 파놓은 목곡에 도화선을 감은 후, 화약 구멍 속으로 화약과 마름쇠 및 진흙을 넣고 화포에 장착한다. 비격진천뢰의 도화선과 화포의 도화선에 차례로 불을 붙인 다음 발사하게 되는데 대나무통과 나선형 나무에 감은 도화선이 폭발 시간을 조절하는 발화장치로 사용되는 것이다. 사정거리는 비격진천뢰의 발사기인 완구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300보~600보 수준으로 평균 400m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진주박물관은 무장음성에서 수습한 비격진천뢰를 컴퓨터 단층촬영(CT)과 감마선 투과 장비로 분석해 비격진천뢰의 본체는 주조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뚜껑은 단조 방식으로 제작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본체와 뚜껑이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이유는 본체는 상대적으로 잘 깨지는 주조 방식으로 제작하여 폭발 때 뚜껑이 먼저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고 본체가 쪼개지면서 쇠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비격진천뢰는 무장읍성 출토품 11점과 보물 제860호로 지정된 '비격진천뢰'를 포함한 기존 유물 5점 등 16점이 있다. 문헌에 따르면 비격진천뢰는 별대, 대, 중으로 나뉘는데, 현존 유물은 모두 중비격진천뢰에 해당되는데 16개 유물의 평균 지름과 높이는 각각 19.1cm, 18.1cm이며 평균 무게는 17.2kg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특별전 '비격진천뢰'에서 비격진천뢰 실물을 전시하고, 관련 영상을 선보인다.
<철강금속신문 8.12일자 지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