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단기 비용으로 인식해 방관할 수도
중요성 공감대 형성하고 전사적 전략 짜야
연말 기업 임원 인사가 이어지고 내년 이사회 구성에 관심이 높아진다. 올해 초부터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만드는 등 대기업 중심으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는 중이다. ESG가 말뿐이 아니라 기업 미래 모습을 바꾸게 하려면 기업의 두뇌인 이사회가 과연 어떤 관점으로 ESG 경영에 접근해야 할까?
우선, ESG 경영이 제대로 되려면 이사회 내 기업 존재 목적에 맞는 ESG 활동이 무엇이며, 기업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확실한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2019년 BRT(Business Round Table) 선언에서 CEO들은 회사 존재 목적에 맞도록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존재 목적’은 ‘비전’이나 ‘미션’보다 더 상위 개념이고 존재 목적에 기반해 회사 제품과 서비스가 사회와 지구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고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윤이 창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법에서 규정한 이사회 기능은 주주를 대신해 경영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주주 가치에 부합되도록 이사의 ‘선관 의무’를 규정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최근 ESG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친환경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환경·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경영 활동이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외부 주주 시각에서는 ESG 활동에 소요되는 기업 자원이 주주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는 ESG가 회사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경우를 가정해 공감대를 넓히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들이 회사 주요 임원과 소통하며 ESG가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사회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무엇인지 꾸준히 점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IR을 통해 이사회가 생각하는 ESG에 대한 방향성을 주주·투자가들과 지속해 소통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ESG가 기업 전략에 완벽히 통합돼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되고 이윤 창출이 되도록 후견자와 견제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바스프와 지멘스는 이사회와 실무의 지속 가능성 조직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략, 사업, 지원 부서 핵심 멤버들의 전사적인 ESG 활동이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바스프는 외부 여론 주도자들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자문 협의체를 운영하는데, 객관적인 의견 개진으로 회사 ESG 경영 방패막 역할을 한다.
이사회는 ESG 활동이 어떻게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 측정하고, 주요 임원 기여도를 평가해야 한다. 국내 기업 중 SK가 바스프와 함께 ESG 성과의 화폐화 측정 관련 표준을 제시하는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주도한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기업시민 가치 측정을 위해 ‘Green Accounting’ 개념을 도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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