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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 경영
    • 경영일반

    [M아카데미]데이터의 데이터에 의한 경영이 필요한 이유

    • 날짜2017.12.05
    • 글쓴이천성현

    지난 2015년 9월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은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우리의 목표는 디지털 회사다.” GE가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주축으로 내세운 것이다. GE마저 ‘소프트 산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것을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21세기의 석유’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 자산을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2년이 흐른 지금 GE는 ‘데이터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차근차근 정착시켜가고 있다. 과거와 같이 재무 데이터를 활용해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적된 비재무 데이터와 센서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정량 데이터와 함께 고객의 목소리, 표정, 텍스트 데이터도 분석해 고객상담에 활용하거나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상사의 의견에 ‘NO’라고 할 수 있는 문화 

    윗사람의 직관적 결정이 늘 옳은 것 아냐 

    ‘HIPPO신드롬’ 탈피...의견 공유의 장 열려 

    부서 장벽 넘어 협업·융합 원동력으로 

    GE헬스케어 CT기술 항공기 부품 검사에 이용

    데이터 활용 뛰어난 기업들 재무성과 3배 뛰어

    글로벌 조사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전 세계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데이터 활용이 앞선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사의 재무적 실적이 경쟁사보다 낮다’고 응답한 기업들 중 ‘경쟁사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왜 잘 나가는 기업들은 데이터 경영을 강조할까. 우선 데이터 기반 사고로 ‘HIPPO 신드롬(Highest Paid Person’s Opinion·상사의 의견에 추종하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가 결정하면 전 직원이 이를 실행해야 하는 지시적 문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가지고 회의를 하는 데이터 기반 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KPI) 시스템의 모든 업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데이터 접근에 임원과 직원 간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분석방법까지 임직원이 동일하게 교육 받는 이른바 ‘데이터 민주주의’가 확립돼 있다. 따라서 말단 직원이라도 데이터 분석결과를 가지고 발언할 경우 그 발언은 어느 임원의 직관적인 주장보다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바로 HIPPO 신드롬이 깨지는 순간이다. 아마존이 최근에 거둔 높은 성과는 데이터에 기반해 사업을 수행하면서 성과를 창출하는 문화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데이터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사내 데이터를 활용하느라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GE의 경우 여러 사업 분야의 기술과 데이터를 융합하기 위해 사업부 간에 ‘GE스토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예컨대 GE헬스케어사업부가 사용해온 CT 기술은 환자를 진단해 암을 발견하고 심장 등 장기의 상태를 파악한다. GE글로벌리서치사업부는 이 기술을 검사장비에 융합해 ‘환자’가 아닌 ‘제품’의 부품이나 장비를 검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또한 GE오일앤가스사업부는 바위의 샘플을 분석해 원유를 탐사하는 데 활용하고 GE항공은 CT 기술로 엔진의 날개와 고온 복합재료 부품을 검사한다.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GE스토어는 부문 간 데이터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등공신으로 경영진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

    몇 달 전 미국의 금융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뉴욕증권거래소 톰 팔리 대표는 “미래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경쟁우위로 삼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직원들이 일을 시작할 때 데이터 분석부터 하게 하려면 경영진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딜로이트컨설팅은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기업 사례를 분석해 디지털 시대에 리더가 갖춰야 할 여덟 가지 덕목을 발표했다. 그중 리더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라”는 지침이 있는데 이를 실천하면 직원들의 빅데이터 분석 스킬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직원들이 다른 부서와 데이터 분석을 공유하고 협업하려면 리더가 먼저 “네트워크와 매트릭스 협업을 활성화하라”는 덕목을 생활화해야 한다.  

    바야흐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피커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최종 목표가 데이터 확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도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문화를 배워서 실천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천성현 수석연구원

    서울경제 (2017.12.05)
    http://www.sedaily.com/NewsView/1OOQM40W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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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 산업
    • 산업일반

    [비즈니스 인사이트] ‘분쟁광물’을 넘어 ‘책임광물’ 규제로 가는 국제사회

    • 날짜2017.12.03
    • 글쓴이박경덕

    DR콩고·남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중부 아프리카지역에는 지금도 내전이 계속되는 나라가 많다. 정부군은 그렇다 치더라도 반군단체나 군벌들이 많은 병력을 수십 년째 유지하면서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식량과 의복 등 생필품은 물론이고, 특히 무기 구입에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중앙아프리카 지역에는 총성이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이곳에 묻혀 있는 풍부한 광물자원이 이들 군벌의 마르지 않는 돈줄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아동 노동을 착취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는 7세 어린이까지 광산노동에 동원되고 있다. 이 어린이들은 하루에 1~2달러를 받고 12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된 분쟁국가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부 아프리카 분쟁의 뿌리를 뽑기 위해 반군단체나 군벌들이 생산하는 광물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주석·탄탈룸·텅스텐·금 네 가지 광물을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로 규정하고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은 광물 판매자금이 무장단체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0년 7월 분쟁지역 생산 광물을 분쟁광물로 지정하는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법(Dodd-Frank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분쟁광물 조항은 미국 상장기업이 DR콩고 등 10개국의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4개의 분쟁광물과 파생물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법안은 2013년부터 적용됐으며, 직접적 규제 대상은 미국 상장기업이지만 이들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타국 기업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광물의 출처를 일일이 추적해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SEC는 ‘합리적 수준의 원산지 조사’를 요구한다. 여기서 합리적 수준이란 100%까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표현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보고서를 SEC는 해당 회사 웹사이트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14년 분쟁광물 규제 초안을 발표하고, 광물 및 금속(반제품)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책임 있는 수입자 자기인증’ 실시를 권하고 있다. 미국에 비해 대상 범위가 좁고 구속력이 약하지만 첫발을 내디딘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OECD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급망 실사 5단계 프레임워크’를 통해 관련 지침을 제시한다. 
     
    이처럼 아직 미흡한 점이 있지만 분위기 조성과 함께 실천 가능한 부분부터 실행에 옮기는 노력만으로도 고무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2010년 분쟁광물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2013년까지 아프리카 분쟁지역 군벌들이 주석·텅스텐·탄탈룸 밀거래로 얻는 수익은 35%로 쪼그라들었다.  이제 국제사회는 분쟁광물 규제의 격(格)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분쟁뿐만 아니라 인권과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광물에 대해서도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부터 새로 등장한 용어가 ‘책임광물(Responsible Minerals)’이다. ‘분쟁의 자금줄이 되지 않고 인권과 환경을 존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채굴된 광물’ 이란 뜻으로 그렇게 붙였다. 이에 따라 책임광물 여부를 묻는 지역은 종전의 분쟁광물 생산지역보다 훨씬 넓어졌고, 대상 광물의 종류도 많아졌다. 분쟁광물이 아프리카만의 이슈였던데 비해, 책임광물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주석과 콜롬비아의 텅스텐도 검증 대상에 포함한다. 이들 광산이 분쟁과는 상관없지만 아동노동 착취 등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어 이런 불법행위를 근절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분쟁광물, 나아가 책임광물 규제는 한국기업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이 미국 기업에 전자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협력사까지 합치면 대상 기업의 숫자는 엄청나다. 이에 따라 분쟁광물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공급사슬경영(Supply Chain Management, SCM)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분쟁광물 공급사슬경영이란 무기자금·인권유린·환경파괴 등과 관련된 광물의 기업 간 거래를 차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책임광물만 거래할 수 있도록 공급사슬을 효과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전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연대인 '전자산업시민연대(EIC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33개국에서 538개 기업이 광물 원산지 관련, 독립된 감사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분쟁광물 원산지 확인보고서를 자체적으로 작성한 기업도 4400곳에 달했다. 기업 입장에서 인증 받는 절차가 어렵다보니 이를 배우기 위해 온라인 학습과정을 이수한 사람만 3만4000명에 달했다. EICC 회원사는 1년 전보다 12개가 많은 114개로 늘어났으며, 2016년 말까지 전 세계의 확인된 4대 분쟁광물 제련소의 82%가 ‘분쟁 무관 제련소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붐과 함께 최근에는 코발트가 분쟁광물로서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원래 코발트는 규제 대상인 4개의 분쟁광물은 아니지만 광물광상학적으로 DR콩고 동부에서 분쟁광물과 함께 부산물로 산출되는 광물이라는 점에서 분쟁광물에 포함됐다. 최근 세계적으로 전기차 붐이 형성되면서 고용량 삼원계 배터리 제조용 코발트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렇게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원산지가 분쟁과 무관한 코발트만 사용하다보면 수급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발트 원산지가 어디인지 현지 제련소 실사 등을 통해 정확히 밝히려면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임석철 한국SCM학회 이사장(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은 “분쟁광물에 대한 국제적 제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한국기업들도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국제관계학 박사     
    중앙일보(2017.12.03)

    http://news.joins.com/article/22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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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아카데미]연구개발 패러다임 대전환...'X&D'로 승부하라

    • 날짜2017.11.21
    • 글쓴이박용삼

    초불확실성의 시대다. 자고 나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경쟁의 파고는 국경을 넘어 업종의 경계까지 허문다. 믿었던 고객들도 점점 더 변덕스럽고 까다롭게 변했다.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스트레티지앤드(Strategy&)와 PWC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은 2017년 한 해 동안 R&D에 무려 7,000억달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의 4,000억달러보다 75% 증가한 수치다. 매출 대비 R&D의 비율도 사상 최대치인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R&D 투자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문제는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시장의 기대 수준 상승과 R&D 난도 증가가 주원인이다. 나비 라드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대 R&D 기업이 개발한 제품의 약 80%는 출시도 못 해보고 폐기된다고 한다. 요행히 시판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실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큰 문제다.
     















    자체 개발만으로 기술발전 속도 못 따라가 

    시장 기대수준·연구개발 난도 높아져 
    1,000대 기업 제품 80% 빛 못 보고 폐기 

    벤처 인수·기술 통합 등 ‘외부 연결’ 필수 

    아이디어서 피드백까지 시제품 출시·보완 활용
    기업별 상황 따라 연구개발 최적화 모델 찾아야

    R&D 생산성 저하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모색해왔다. 일반적으로 R&D에서 ‘R(Research)’는 기술적 가능성, ‘D(Development)’는 상업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단계인데 특히 ‘R’가 골칫거리다.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R’를 수행하다 보면 비용과 시간 면에서 병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를 전후해 전 세계의 선진기술 업체들이 시도한 R&D 혁신 노력들은 한마디로 R&D의 ‘R’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미지의 새로운 것(‘X’)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R&D를 넘어 X&D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선 C&D(Connect&Development)가 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개방형 기술혁신 모델을 말한다.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업체인 P&G는 당면한 R&D 과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외부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 감자칩 위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넣은 ‘프링글스 프린트’가 꼽힌다. P&G 측은 C&D 전략으로 R&D 생산성을 60%, 성공률을 2배로 높였다고 밝힌 바 있다.

    A&D(Acquisition&Development)도 있다. 부족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필요한 기술을 갖춘 기업(주로 벤처)을 인수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 시스코의 역사는 A&D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긴다”는 존 체임버스 전임 시스코 회장의 말은 A&D의 중요성을 웅변해준다.

    그 외에도 외부에서 구매한 원천기술을 내부의 기술과 통합해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B&D(Buy&Development), 미래에 대한 사전 포석으로 잠재력 있는 벤처에 지분을 투자하는 S&D(Seeding&Development)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 시제품을 빠르게 출시한 후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해나가는 E&D(Engage&Development) 방식도 개발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시장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X&D는 헨리 체스브러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주창한 ‘개방형 혁신’과 ‘혁신의 분업화’를 달성하는 구체적이고 실행력 높은 수단이다. 기존의 폐쇄적 연구 풍토에서 벗어나 ‘열린 연구소’를 지향함으로써 연구 품질의 향상과 함께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이 더디고 기존에 익숙한 분야라면 자체적으로 개발(R&D)하는 것이 좋겠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생소한 분야라면 X&D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X&D 방식 외에도 기업별로 처한 여건에 맞게 독창적인 X&D 방법론을 개발해 쓰는 것도 스마트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R&D 전략이다.

    지금 전 세계의 기술 패권은 알파벳이나 아마존 같은 IT 업체들, 그리고 머크나 화이자 같은 제약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X&D의 귀재들이다. 더 정확하게는 스마트한 X&D로 현재 위치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R&D 비용의 증가와 함께 연구 생산성 저하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에 X&D가 비장의 한 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용삼 수석연구원

    서울경제 (2017.11.21)
    http://www.sedaily.com/NewsView/1ONNZQA0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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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럼] 사람 중심 4차산업혁명 두 가지 과제

    • 날짜2017.11.16
    • 글쓴이현석원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 중에 경제의 레짐이 쉬프트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설명도 존재한다. 이러한 설명은 4차 산업혁명이란 것이 IT가 주도한 과학혁명의 일환이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는 관점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4차 산업혁명을 핵심 키워드로 가져가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쿄대학의 카즈유키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산업혁명 이후의 경제의 커다란 사이클 중의 하나로서 4차 산업 흐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부의 4차 산업 흐름에 대한 준비는 어느 국가보다 열심이고 4차 산업과 관련된 혁신성장 관련한 10여 개 대책도 부처별로 연말까지 발표하기로 했다. 혁신생태계 조성 분야에서 서비스산업 혁신전략, 제조업 부흥전략, 네트워크형 산업생태계 구축대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중요시하고 있는 두 갈래 축 중의 하나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저성장으로 전환함에 따른 취업자리가 부족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그림 속에서 공급 측면의 성장 주도 전략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든 혁신성장이든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추진하려고 하는데 정책이 추구하는 바가 상이성이 충돌하게 된다. 일본의 AI 사회론 연구회의 공동 발기인인 이노우에 박사는 '2030년에 고용절벽 시대가 온다'라고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그 이유로서 경제학에서 설명하고 있는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의 추진과 일자리 창출의 두가지를 한 번에 이룰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부 또는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이루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어느 한쪽 만을 추구하는 것에도 동의하고 싶지가 않다. 풀 수 없지만 풀어야 할 숙제이고 과제인 것이다. 이를 위한 개념적인 솔루션은 제시한다면 우선 순위의 문제로 가져와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우선시하고 일자리 창출 문제를 풀어내는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일자리 창출 문제를 먼저 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스탠스를 취할 지 말이다. 각각의 스탠스를 취하게 되면 전자의 경우에는 일자리 창출 문제는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4차 산업혁명 문제를 정부는 뒤에서 관련 규제를 생성하고 폐기하면서 기업의 몫으로 돌려 주는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설명은 혁신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공급 사이드 중심의 혁신 성장을 강조하다 보면 소득주도 성장은 2번째 우선 순위로 미뤄야 할 것이고 수요 사이드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을 1차 목표로 둔다면 혁신 성장은 다음 순위로 정책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부에게는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기 위해 4년여란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4차 산업 흐름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로드맵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간다고 한다면 중국과 일본에 샌드위치에 끼어 있는 상황을 4차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출구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한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준비하고 추구해야 할 목적지인 것이다. 이것이 또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의 교집합 영역이기도 한 것이다.  

    현석원 수석연구원

    디지털타임스 (2017.11.16)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111702102251005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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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일반

    [M아카데미]'영혼' 깃든 상품이 기업을 살린다

    • 날짜2017.11.07
    • 글쓴이박경덕

    지난 2004년 1월15일 프랑스 파리의 시내 중심가인 오페라 거리에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프랑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카페 문화의 본고장인 파리, 그것도 그 중심부에서 미국식 아메리카노로 프랑스 에스프레소 카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100석이 넘는 작지 않은 규모에 파리 오페라극장처럼 화려하게 실내를 장식했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에 익숙한 파리지앵에게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파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러한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확장을 거듭한 끝에 2017년 11월 현재 프랑스에서만 100여개가 넘는 매장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스타벅스가 2일 2017 회계연도(2016년 10~2017년 9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224억달러, 영업이익은 44억1,300만달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한 매출액은 1년 전보다 5% 증가했고 지난해 40억달러를 돌파한 영업이익은 7.8%나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커피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됐지만 2010년 이후 흔들림 없이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잘나가는 스타벅스에도 위기는 있었다.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된 2007년 말, 글로벌 경제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크게 흔들렸다. 2007년 10억5,400만달러를 기록한 영업이익이 2008년 5억400만달러로 반 토막 났다. 2009년에는 매출액도 98억달러로 2008년의 104억달러에 비해 6%나 줄어들었다.
     










     







    ■‘카페 본고장’ 프랑스서 성공 일군 스타벅스 

    오페라 극장식 인테리어로 파리지앵 사로잡아 

    佛 전역으로 확장 거듭 매장 100개 이상 확보 



    ■‘스타벅스 영혼’ 되찾기 나선 슐츠 회장 

    바리스타 재교육으로 스타벅스 고유의 맛 살려 

    매대 커피머신 소형화 고객과 정서적 유대감도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스타벅스를 구한 것은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 회장이다.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슐츠 회장은 2008년 1월 전격적으로 회장에 복귀한 뒤 2년여에 걸쳐 개혁 작업을 주도했다.

    슐츠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은 ‘스타벅스의 영혼을 되찾는 일’이었다. 슐츠 회장이 말하는 ‘스타벅스의 영혼’이란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타벅스 경험’을 말한다. 스타벅스의 맛과 향기, 매장 분위기뿐 아니라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유산과 전통·열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 경험으로 매장은 고객에게 스타벅스의 영혼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슐츠의 지론이었다.

    스타벅스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슐츠가 사용한 방법은 파격적이었다. 슐츠는 먼저 바리스타 재교육과 부실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 2008년 2월26일 하루 동안 미국 전역에 있는 7,100개 매장의 문을 일제히 닫고 ‘스타벅스 고유의 커피’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이날 영업 중단으로 6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영혼을 구현하지 못하는 부실 매장 600곳을 폐쇄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3년 동안 2,300개의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한 끝에 부실 매장이 대거 발생했다. 슐츠는 “덩치가 얼마나 커졌는지에 따라 성공을 규정한다면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한 개의 컵, 한 명의 고객, 한 명의 파트너, 한 번의 짜릿한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살아남은 매장에서는 바리스타와 고객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앴다. 매대에 벽처럼 높이 서 있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키 작은 기계로 바꾼 것이다. 고객이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와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고객에게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의 향기와 사람 냄새 가득한 매장을 되돌려준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스타벅스의 수익과 매출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슐츠의 회장 복귀 3년 차인 2010년에는 10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직전 최대치를 뛰어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2%나 늘었다. 그리고 올해까지 8년 연속 상승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매장 문을 닫으면서까지 되살리려 한 스타벅스의 영혼이 결국 스타벅스를 다시 살려준 원동력이 된 것이다.  

    스타벅스의 위기 극복 과정은 기업에도 ‘영혼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기업에 영혼이 살아 있어야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 즉 기업의 영혼을 담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혼을 담아 내놓는 커피라면 “커피는 내 돈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이 사줄 때 마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짠돌이 방송인 김생민도 한 번쯤은 지갑을 열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진이 앞으로 1년간 M아카데미 코너에서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지혜와 알짜 정보를 제공합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철강뿐 아니라 소재·녹색 등 미래 산업 분야, 경영 혁신, 경제 동향 분석, 글로벌 연구 등에서 창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국내외 경제 및 경영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적기에 제시해왔습니다. 

    박경덕 수석연구원

    서울경제 (2017.11.7)
    http://www.sedaily.com/NewsView/1ONHKQ36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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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 경제
    • 무역/통상

    [비즈니스 인사이트] 54개국 3900조원 황금시장 … 검은 대륙 CFTA 열린다

    • 날짜2017.10.30
    • 글쓴이박경덕

    아프리카는 지구촌의 변두리였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화에 탄력이 붙던 1990년대 중반까지도 정치적 불안정과 취약한 경제구조로 이러한 주변화는 더욱 심화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도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을 하나씩 구체화하면서 세계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국제사회가 아프리카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냉전 종식으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벗어난 아프리카는 대륙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아부자 조약을 체결하며 구상을 밝힌 아프리카경제공동체(AEC, African Economic Community)가 그 출발점이다. AEC의 목표는 아프리카 공동시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 화폐, 아프리카중앙은행과 범아프리카의회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결속과 통합을 위해 1963년 설립된 아프리카통일기구(OAU, Organization of African Unity)가 있었지만, 냉전 시절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분열의 후유증 때문에 아프리카가 직면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OAU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발생한 대리전의 한가운데에 끼어 큰 상처를 입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단결과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급진적 범아프리카주의(아프리카의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로 접근한 카사블랑카 그룹과 온건적 범아프리카주의를 추구한 몬로비아 그룹 간의 분열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갈등의 역사를 뛰어넘어 아프리카 대륙을 한데 묶을 새로운 정치적 틀이 필요했다. 1999년 OAU 대표들이 ‘시르테 선언’을 통해 새로운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 설립을 결의했고, 3년 후인 2002년 AU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AU는 아프리카의 경제 통합기구인 AEC를 구체화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54개국을 경제적으로 하나로 묶는 공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지역별로 존재하던 8개의 지역경제공동체(RECs, Regional Economic Communities)를 AEC의 8개 기둥으로 편입시켰다.
     
    AU는 이들 RECs를 근간으로 삼아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시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RECs가 내포하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AU의 구상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경제공동체 중복 가입으로, 이른바 ‘스파게티 보울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파게티 보울 효과란 한 국가가 여러 자유무역협정에 참여하면서 협정마다 다른 규정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워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프리카경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8개의 기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지역별 경제통합을 이룬 후 대륙의 통합을 완성한다는 AU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러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프리카 경제 통합의 또 다른 자극제로 작용했다.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자 위기의식을 느낀 아프리카 국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었다.
     
    2011년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과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그리고 동아프리카공동체(EAC)가 단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3자 자유무역지대(Tripartite Free Trade Area)’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시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륙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가 논의됐고, 2012년 1월 제 18차 AU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CFTA, Continental Free Trade Area)’를 설립하는 역사적인 안건이 채택됐다.
     
    CFTA는 아프리카 54개국 전체가 참여하는 야심찬 경제통합 프로젝트다.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의 장벽을 낮추고 사람과 투자자금의 이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12억 명의 아프리카 인구가 국경을 초월해 상품과 서비스를 주고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대륙 내 교역을 두 배로 늘려 아프리카 발전의 토대로 활용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5년여의 작업을 거쳐 AU는 연내 공식 출범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손질에 한창이다. CFTA가 출범하면 아프리카 54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쳐 3조4000억 달러(약 3900조원)가 넘는 대규모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한다.
     
    AU의 경제통합 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륙 내 교역을 활성화하고 아프리카 국가 간에는 관세를 물리지 않는 아프리카 관세동맹(Africa Customs Unoin)을 2019년까지 출범시킬 계획이다. 아프리카공동시장(African Common Market, 2025년), 아프리카금융연합(African Monetary Union, 2030년) 등 경제통합의 강도를 높여가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종착역은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통합체 건설이다. OAU가 만들어진 때로부터 100년 후인 2063년까지 아프리카합중국(United States of Africa)을 출범시키는 것이다. AU의 로드맵대로 라면 46년 후 지구촌에는 범아프리카주의에 기반한 통일 아프리카 대륙이 탄생할 것이다.
     
    이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AU가 최근 우리나라와 양자간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 9월11일 서울에서 열린 제 1차 한-AU 정책협의회가 그것이다. 박용민 외교부 아중동국장과 파투마타 카바 시디베 AU 상주대표위원회(PRC) 의장국 대표가 양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AU 옵서버 자격을 획득한 이후, 2006년부터 장관급 회의인 한-아프리카 포럼을 개최해왔다. 이번 정책협의회는 지난해 체결된 한-AU 협력 양해각서(MOU)에 따라 한-아프리카 포럼 후속조치 등을 협의하기 위해 처음 열렸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본격적으로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정책협의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프리카 54개국 전체가 단일 자유무역지대로 재탄생하는 CFTA의 출범이 임박한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국제관계학 박사

    중앙일보 (2017.10.30)
    http://news.joins.com/article/2206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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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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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T광장] 4차 산업혁명, 센서산업 육성이 먼저다

    • 날짜2017.09.26
    • 글쓴이김영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아이템은 센서다. 사람이 오감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듯이 사물은 센서를 통해 주변환경을 인지한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센서를 통해 개화될 수 있다.  

    최근 센서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스마트폰에서 비롯됐다. 스마트폰 한대에는 10개 이상의 센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2007년 스마트폰이 출시된 덕택에 센서수요는 연평균 150%씩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한대에는 200개의 센서가 쓰인다. 앞으로는 센서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전통제조업과 농업분야에서도 센서수요가 늘 것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팜 시장이 개화된다면 센서시장의 빅뱅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시장 전망에도 우리나라 센서산업의 현실은 너무 초라하다. 글로벌 시장은 100조원 이상의 거대규모로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조원에서 정체돼 있다. 우리가 센서의 3대 시장인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의 생산강국임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초라한 실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센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더욱이 생산은 외국에서 하고 우리는 설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스마일 커브(Smile Curve) 이론'에 대한 맹신으로 중심축이 없어진 센서 생태계는 성장의 방향타를 상실했다. 그러는 동안 해외 센서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면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시장을 장악해왔다. 뒤늦게 센서사업에 뛰어들려 해도 그들과 가격경쟁이 불가능하니 금세 투자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그렇게 센서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체돼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우리는 센서생태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첫째, 파편화된 시장을 3개로 통합하고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센서시장은 재료, 기술, 기능 등에 따라 수천 또는 수만 개의 시장으로 세분화돼 있다. 하지만 정책적인 관점에서 센서시장은 크게 운동센서, 환경센서, 광학센서로 삼분될 수 있다. 압력과 온습도 센서는 기술 및 기능적으로는 다른 제품이나 사용자 그룹과 그들이 센서와 함께 사용하는 솔루션 관점에서는 완전히 이질적이지 않다. 제철소와 같은 극한환경 팩토리를 운영하는 기업은 압력, 온습도, 가스 등의 센서를 주로 사용하며 병용하는 솔루션은 환경솔루션이라는 틀에서 서로 유사하다. 가속도와 각속도 등은 운동센서, 압력과 온습도 등은 환경센서, 이미지와 지문인식 등은 광학센서로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3대 센서를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사업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청사진은 다품종 대량생산 체계다. 센서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대량생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가 가능하다.

    둘째, 3대 센서 클러스터 육성의 허브로 3대 생산거점을 마련하자. 필자는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가 저서 '축적의 길'에서 제기한 '생산현장은 혁신의 모판'이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상이 신성장 산업이라면 생산현장은 더더욱 개발부문 인근에 위치시켜야 한다. 센서산업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신산업이면서 설계와 생산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경쟁력이 발현되는 산업이다. 센서 생태계 육성을 위해 설계-생산-사용업체가 공존하는 클러스터 구성은 너무나 중요하다. 생산거점의 출발점으로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에 근거해 설립된 대전, 포항, 수원의 나노기술원을 추천한다. 마침 대전의 나노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1000억원 규모의 첨단센서 허브가 조성된다는 계획이 발표됐는데, 구상을 확대해 3대 기술원을 주축으로 운동, 환경, 광학센서의 클러스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 해 1조개 이상의 센서를 생산하는 '트릴리온(Trillion) 시대'가 머지 않았다. 이제까지 센서시장은 소수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센서수요가 폭증하고 종류는 다양해지면서 기존 강자들마저 대응이 쉽지 않은 판세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센서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의미이다. 센서는 수입해서 쓰면 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센서사업을 고민할 때다. 더 이상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논의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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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디아 플러스] vol.110
    • 철강
    • 원료/기술

    원자재값 회복, 내수 성장 … 먹구름 걷히는 ‘검은 대륙’

    • 날짜2017.09.11
    • 글쓴이박경덕

    ‘검은 대륙’ 아프리카 경제에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아프리카 내수시장의 빠른 성장 덕분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2017년 아프리카경제전망(African Economic Outlook 2017)’ 보고서에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올해와 내년 (아프리카 경제)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 경제 반등
    세계 경기 호전에 올 3.4% 성장 전망
    외국인 투자 등 205조원 몰려들 듯
    중국 인건비 올라 경공업도 메리트
    한국 교역액 1.3% … 투자 서둘러야
    산업화 경험 전수, 자원 확보 윈윈을

    AfDB는 올해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성장률을 3.4%, 내년에는 4.3%로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아프리카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자재 블랙홀이었던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국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줄었고, 미국산 셰일오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이자 1위 경제 대국인 나이지리아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아프리카 대륙 54개 국가 전체 성장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12년 6.2%에서 2013년 3.9%로 추락한 후 2015년까지 3%대 성장이 이어지다 2016년에는 2.2%로 3%선 마저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AfDB가 올해와 내년 각각 1%p에 가까운 성장률 상승을 전망한 것은 분명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AfDB가 올해부터 아프리카 경제에 대한 중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자원부국과 비자원국가 모두에게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54개 국가는 크게 자원주도 성장국가와 비자원 국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자원 부국에게는 지난해부터 상승 반전한 원자재 가격이 경기 회복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IMF 상품가격지수는 114.37로 2015년 말 90.84에 비해 25% 가량 상승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4분의 1 가량이 한두 가지 자원만으로 전체 수출액의 75% 이상을 채우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 해당 자원가격 상승은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비자원 국가는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이 든든한 뒷받침이다. 아프리카는 12억 명의 인구와 몰려드는 자본을 기반으로 중산층이 늘고 있다. AfDB는 올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돈이 외국인직접투자(FDI)와 해외 교포 송금액을 포함해 1797억 달러(약 20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575억 달러 규모로 추정한 FDI는 자원 부문 외에 소비재와 서비스부문으로까지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급증하는 중산층과 함께 파이가 커지는 내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로 읽을 수 있다.
     
    유엔은 2015년 아프리카 중산층 인구를 3억5000만 명으로 추정했으며, 2030년에는 5억 명, 2060년에는 1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소비재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3505억 달러에 달했던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소비재 시장은 올해 3558억 달러, 그리고 4년 후인 2021년에는 5259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이다.
     
    또한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집트(936억 달러), 알제리(677억 달러), 모로코(591억 달러) 등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제조업 육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54개국 중 절반에 가까운 26개 국가가 국가차원의 산업발전 전략을 실행중이고, 이중 19개 국가가 경공업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 아직은 노동집약 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에 주로 집중돼 있지만, 이들 지역의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아프리카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경제가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국에게 아프리카는 아직도 머나먼 대륙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 아프리카 교역액은 2015년 기준 131억 달러로, 전체 교역액 9632억 달러의 1.3%에 불과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집계한 아프리카 투자액도 2016년 6월 말 52억 달러(신고금액 누계액 기준)를 기록,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 투자액 4620억 달러의 1.1%에 그친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숫자도 미미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지역의 경우 2015년 말 현재 18개국에 298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그나마 절반이 넘는 170개 기업이 교민기업으로, 생계형 소상공인 및 자영업이 대다수(113개)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28개는 지상사로 건설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로 남아공, 나이지리아, 앙골라, 탄자니아 등 자원부국에 위치하고 있다. 기업의 숫자도 적지만 규모도 미약하다. 지상사의 65%, 교민기업의 54%가 연 매출액 50만 달러가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은 지사와 상사의 18%(23개), 교민기업의 8%(14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아프리카보다 시장 규모도 크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의 전통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한국 제품에 장벽을 쌓는 나라가 늘고 있다. 통상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대체시장 개척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리카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우선 풍부한 자원과 인구 등 성장잠재력이 높다. 또한, 한국의 교역 파트너로서 한국과 아프리카는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 속에서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의 경험은 아프리카에 유용한 경제발전 노하우가 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를 활용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국제관계학 박사

    때마침 아프리카가 제조업을 육성하고 내수를 기반으로 경제를 키우려 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국제관계학 박사

    중앙일보 (2017.9.11)
    http://news.joins.com/article/21923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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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남북] 중국도 인구절벽 충격 피해갈 수 없다

    • 날짜2017.06.22
    • 글쓴이정철호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에 인구절벽의 충격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UN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우리나라보다도 2년 앞선 2015년부터 이미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2022년에 인도에게 세계최대 인구대국의 지위를 내어줄 전망이다. 심지어 2029년부터는 총인구 자체가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된 2015년에 부랴부랴 ‘전면적 2자녀 정책’시행을 발표하였고, 2016년에 출생자 수가 전년비 7.9% 증가한 1786만명을 기록하자 정부당국에서는 2000년 이래 16년 만에 연간 최대치라고 기뻐하며 정책의 성공을 낙관하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구문제는 간단하게, 그것도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우선 2016년부터 출생자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들이 생산가능인구로 편입되기까지는 1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그 동안의 저출산 여파로 가임연령 여성 인구(15~49세)가 2015~2020년 기간 중 2800만명 감소할 전망이라 자연스럽게 출생자수 감소요인이 존재한다. 게다가 상당수 가정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둘째를 원치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대한 대응은 장기 프로젝트이며 향후 5~10년은 기반구축 단계로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면 중국경제는 인구절벽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중국은 GDP 규모는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GDP는 8481 달러(IMF 2017년 전망치)로 세계 74위에 불과하다. 소득이 낮은 상태에서 노후대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면 가계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농민공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기업들로서는 구인난과 임금 급등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는 특히 건설과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연령별 주택구매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25~44세가 구매자의 75%를 차지하며, 자동차의 주력구매층 역시 25~44세로서 전체의 85.5%를 차지한다.

    그러나 25~44세 인구는 향후 계속 정체되는 반면, 55세 이상의 고령층 인구는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다. 2024년부터는 55세 이상 인구가 25~44세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주택과 자동차의 주력구매층 인구가 정체되면서 이들 산업의 수요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건설과 자동차는 철강의 핵심 수요산업이므로 철강산업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수요산업별 철강소비 비중은 건설업이 무려 57.3%, 자동차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인구절벽의 충격을 피해갈 수 없다면, 우리 기업들로서는 어떤 전략을 갖고 중국시장에 접근해야 할 까?

    첫째,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중국의 중장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투입, 자본투입, 총요소생산성의 3요소로 구성되는데, 중국은 현재 과잉투자와 과잉부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 자본투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투입이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잠재성장률은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중국 사업장에서의 노사관리 강화가 중요하다. 중국에서는 이미 임금의 급등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사분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드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으로 한국기업을 바라보는 중국정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노사문제로 흠이 잡히지 않도록 공회관리 등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역발상의 관점에서 중국에서 열리는 실버마켓의 기회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따라 실버타운, 의료 및 바이오사업, 노인용 소비재 상품 및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사업기회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안되며, 중국의 변화를 앞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철호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보

    아주경제 (2017.6.22)
    http://www.ajunews.com/view/2017062213405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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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한 소년의 간절함에서 탄생한 소박한 발명품

    • 날짜2017.05.08
    • 글쓴이박용삼

    리차드 투레레는 아프리카에 사는 마사이족 소년이다. 마사이족이라고 해서 날카로운 창을 들고 얼굴에 붉은 칠을 한 모습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세상이 변했다. 투레레 가족들은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의 남쪽 사바나 지역에서 소를 키우며 산다. 마사이 부족 사회에는 가축은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마사이족은 가축을 가족처럼 여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마사이족 빈민층에게 가축, 특히 소는 재산 1호이기도 하다. 투레레 마을에서는 주로 6살부터 9살까지의 아이들이 소를 돌본다.

    문제가 하나 있다. 나이로비 국립공원은 따로 담장이 있는 게 아니라서 사자 같은 포식동물의 습격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히 근래 들어 사자들의 공격이 잦아졌고, 한밤중에 소가 줄줄이 죽어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투레레는 사자가 미웠다. 하지만 미워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어떻게든 소들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난한 마사이 소년은 과연 어떻게 사자들을 몰아낼 방법을 찾았을까.


    소도 살리고, 사자도 살리고

    투레레가 처음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사자가 불을 무서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불은 오히려 사자들이 외양간을 더 잘 볼 수 있게 할 뿐이었다. 투레레가 생각해 낸 두 번째 아이디어는 허수아비였다. 하지만 사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허수아비를 보고 그냥 돌아갔지만, 다음날 와서는 허수아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거침없이 소들을 물어 갔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어느 날 밤 투레레가 횃불을 들고 외양간 근처를 돌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사자들이 덤비지 않았다. 사자들은 움직이는 불빛을 무서워 했던 것이다. 유레카!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투레레는 주변의 고물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선 오래된 자동차 배터리와 오토바이 방향 깜박이, 켰다 껐다를 반복할 수 있는 스위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깨진 손전등에서는 아직 쓸만한 전구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재료들을 가지고 일명 ‘사자불(lion lights)’이 만들어졌다. 우선 태양광 패널에 전선을 연결해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배터리에서 나온 전력으로 전구에 불을 밝히고, 스위치를 이용해 전구들이 순서대로 점멸하게 했다.이 전구들을 사자들이 접근하는 방향을 향해 늘어 놓으면 된다. 밤에 사자들이 와서 보면 불빛이 일렬로 번쩍여서 마치 사람이 횃불을 들고 외양간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자불을 설치한 다음부터 한 번도 사자의 습격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자불의 효력을 눈으로 확인한 이웃들의 부탁으로 투레레는 마을의 일곱 가구에 사자불을 설치해 줬다. 이게 끝이 아니다. 투레레의 발명품은 케냐 전역에 퍼져서 사자뿐 아니라 하이에나, 표범 등 다른 포식동물들의 접근을 막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코끼리 떼가 농장으로 접근해서 농작물을 밟지 못하게 하는데도 사용되고 있다. 상투적이고 편협된 생각의 굴레에 갇히지 않았기 때문에 실생활에 두루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참신한 발상이 나온 것이다.

    사자불을 발명한 덕분에 투레레는 장학금을 받고 케냐의 최고 학교 중 하나인 브룩하우스 국제 학교에 다니고 있다. 투레레는 친구들을 고향 마을에 데려가서 사자불의 원리를 직접 보여주고, 인근의 다른 마을에 함께 설치해 준다고 한다. 학교 차원에서도 가축 보호를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돕고 있다.

    사바나 초원에서 소떼를 몰던 한 소년의 간절함, 그리고 거기서 태어난 소박한 발명품이 테드 강연장을 감동과 기쁨으로 물들였다. 기술 그 자체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밀착형 고민 해결의 산물이었기에 더더욱 값져 보인다. 진정한 혁신은 삶의 절실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투레레의 사자불이 더욱 기특한 것은 소도 살리고, 사자도 살린다는데 있다. 소와 사자,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에서 소년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투레레는 테드 강연에 초청을 받은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봤다고 한다. 소떼를 몰다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자신도 비행기를 꼭 한번 타 봤으면 했는데 사자불 덕분에 평생 소원을 이룬 것이다. 투레레의 새로운 꿈은 비행기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사바나 평원에서 고물들을 가지고 그가 만들 비행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4차 산업혁명은 창의력 싸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살 길은 창의력뿐이다. 빠른 추격자 전략은 시효를 다했다. 이제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조스처럼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결국 머리 싸움이다. 헌데 어쩐다. 머리 좋기로 유명한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그 좋은 머리를 닥치는 데로 외우고 정답 맞추는 요령을 익히는데 쓰고 있다. 대학에 가서도 시사상식을 외우고 취업시험을 준비하는데 진이 빠져 창의력을 발휘할 이유도, 계기도 찾지 못한다. 막상 직장에 취업해도 ‘모나면 정 맞는’ 분위기와 관료적이고 경직된 시스템에 몸과 머리를 끼워 맞추고 있다.

    이래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교육 제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전체 시스템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요구에 기가 막히도록 잘 맞춰져 있다. 어딘가 정답이 존재하고, 그 정답을 찾을 때까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체제다.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 이만큼 쫓아온 건 분명하다. 기적이라는 말이 결코 과하지 않다. 허나 지금까지의 체제가 족쇄가 되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나비처럼 껍질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날 수 있다.

    그나저나 멧돼지들이 이제는 겁도 없이 서울 한복판에 출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광화문 정부청사를 유유히 지나 세종대왕 동상 앞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엽사를 동원해서 사살하는 것으로는 증가하는 개체 수를 당해내지 못한다. 아프리카의 사자불처럼 사람도 살고, 멧돼지도 사는 기발한 방법은 어디 없을까.


    이코노미스트(2017.05.08)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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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북중관계와 한중관계, 그리고 남북관계

    • 날짜2017.04.28
    • 글쓴이김창도

    지금처럼 중국이 한국과 북한 모두와 관계가 나쁜 적은 없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 가졌다.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었지만 북중관계는 나빠졌다 좋아졌다 반복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하자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참했고 북중관계는 악화됐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줄었고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이에 중국은 경제협력을 강화해 북한을 관리하려 했다. 2009년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고 201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이 나선과 황금평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2012년 11월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중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양국 고위층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장성택까지 2013년 12월에 처형되자 북중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북한은 중국의 반대에도 2016년 1월과 9월에 4, 5차 핵실험을 했다. 이렇게 되자 중국 내에서도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핵심이익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 6~7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리스크에 대해 논의한 후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중국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까지 묵인할 수 있다는 의도까지 보인다. 이처럼 북중관계는 지금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 

    한중관계를 보자.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은 무역, 투자, 인적교류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수교 당시 1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한중 교역액은 2016년 2000억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지금 한국과 중국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크게 갈등하고 있다. 

    롯데, 현대차 등 한국기업의 중국 내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지난 3월 입국한 중국인은 2월보다 38% 줄었다.  

    지금과 같이 한국과 중국이 갈등해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없다. 사드갈등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사드갈등이 이처럼 고조된 것은 한국의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한국, 미국 및 중국 최고 지도자간 소통이 부족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오는 5월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한국도 한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을 빠르게 추진해 사드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 

    차기 정부는 남북관계도 새롭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악화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최선의 해법은 대화로 푸는 것이다. 정부간 대화채널을 열고 민간 교류를 강화해 북한을 설득해 핵실험을 중단하고 동결해 최종 포기하게끔 꾸준히 설득하는 것이다. 차선의 방법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분리해 우선 민간 교류를 추진한 후 정부간 공식 대화 채널을 열어가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한미일 연합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거나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 전면전까지 갈 수 있다. 중국이 이를 묵인한다고 해도 러시아가 막판에 반대할 수 있고 일본이 언제 동맹을 깰지 알 수도 없다.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다. 전쟁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차기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 양자 및 다자간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핵개발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 사드배치의 목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는 것이라면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를 동참시키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날로 늘어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결국은 베이징과 모스크바에도 큰 리스크가 아닌가 . 


    출처: 아시아경제 (2017.04.28)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4280900119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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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오피스 풍경을 바꿨어요!

    • 날짜2017.04.26
    • 글쓴이정제호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일반 사무실에도 불고 있다. 제조 분야의 무인자율생산 시스템과 같이 소프트웨어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자동화가 진행 중인 것. 사람이 하던 업무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를 가리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s Process Automation·RPA)라고 부른다.  

    그동안 업무 자동화는 전사적 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ERP)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이미 ERP를 통한 업무 효율성 개선은 한계에 직면했고, 여전히 많은 인력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단순 업무에 시간을 뺏기고 있다.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보면 시스템이나 웹에 접속해 데이터를 읽고 취합, 복사, 계산하는 단순 업무가 70%에 달한다. 아무리 복잡한 업무라도 이러한 단순 업무가 정해진 기준에 따라 결합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해외 유수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러한 업무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하고 있다. 

    해외 컨설팅업체 PwC는 일반 사무실 업무의 45%가 자동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2조 달러(2278조2000억 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 해외 모 기업에서 조사한 비영업부서의 비용을 비교해보면 절감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통상 5만 달러(5695만 원) 비용이 들어가는 경영지원 분야의 업무를 인도나 필리핀 등으로 아웃소싱할 경우 그 비용이 70~80% 수준인 1만 달러까지 줄어들고, RPA를 이용하면 5500달러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나 우버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제너럴모터스(GM), 테스코(TESCO) 같은 글로벌 제조·유통 기업이 RPA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사나흘 걸리는 일감, 로봇은 30분 만에 끝 
     
















    업무 자동화는 기존 IT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 자동화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ERP처럼 대규모 IT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구축 기간도 몇 주, 길어도 몇 개월로 짧은 편이다. 다른 IT 투자 프로젝트에 비해 투자 비용 대비 재무적 성과도 비교적 명확하게 산출된다. 

    투자 비용 대비 장점도 훨씬 크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업무상 과실을 대폭 줄일 수 있고, 프로세스 표준화를 통해 업무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 365일, 24시간 근무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감에 따른 인력 관리 어려움도 피할 수 있다.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니 직원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진다. 

    RPA는 글로벌 은행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특히 비영업부서 고객업무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23%가량 비용이 절감됐으며 향후 3~4년 안에는 적용 영역이 확대돼 전체 비용의 46%까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그래프 참조) 

    실제 한 은행 사례를 살펴보면, SW(소프트웨어)로봇 20대로 직원 11명이 하루 8시간에 걸쳐 처리한 2500여 건의 고위험 고객 대상 대출심사를 단번에 해냈다. 인건비를 줄인 것은 물론, 대출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높였다. 

    보험사도 보험 계약관리와 위험관리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18%가량 비용 절감 효과를 경험 중이다. 향후 3~4년 내 47%까지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한 보험사는 사나흘씩 걸리던 500여 건의 고객 보험증권 처리 업무를 ‘퍼피’라는 SW로봇이 30분 만에 처리한다. 

    업무 자동화는 제조·건설업의 경영지원 분야로 확산 중이다. 금융산업의 비중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제조·서비스·여행·레저 등 관심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해외 한 건설사는 매달 500여 건의 거래상품 명세서(송장)를 발송하는데, 건당 평균 5시간이 소요되던 것을 SW로봇을 이용해 11분으로 단축했다.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은 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초기 RPA는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서 자동화를 이뤄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결합돼 더욱 치밀한 업무 처리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고객 상담을 위해 도입한 ‘챗봇’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로봇)이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출입국 심사, 교통관제에도 도입 
     







    지난해 NH농협은행은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은퇴설계와 퇴직연금 자산운용 기능을 연계한 ‘NH로보-프로(NH Robo-Pro)’를 출시했다. [ NH농협은행 울산영업본부]








    최근 국내에서도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은 우리보다 앞서 로봇 프라이빗뱅크(PB)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웰스프런트, 베터먼트, 퓨처어드바이저, 마켓라이더 등 20여 개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법률 분야도 마찬가지다.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라는 미국 로펌은 변호사 업무의 30~40%를 차지하는 판례 분석을 AI를 통해 자동화했다. 우리나라의 한 법률회사도 건당 30만~40만 원 하는 고객의 채무소송 소장 작성을 AI를 이용해 3만9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텍스트나 사진, 동영상의 패턴을 인식하고 판독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AI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 공항에서는 인력 수십 명이 맡아 하던 출입국심사를 안면인식기술이 결합된 로봇으로 대체했다. 교통관제나 시설물 출입관제도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AI를 도입하면 보험 보상심사나 보상금 산정 업무 시 보험 사정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로봇의 사진 판독만으로도 손해율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계나 문서 작성도 음성·데이터·기록물을 로봇이 스스로 인식해 요약하고 정리한 뒤 e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발송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사무실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공장 제조라인에서 노동자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반 사무 분야에서도 더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 없게 됐다. 원치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인력구조를 바꾸고 조직운영을 재설계해 다가오는 미래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2017.04.26)
    http://weekly.donga.com/3/all/11/906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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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모기 없는 세상이 온다

    • 날짜2017.04.03
    • 글쓴이박용삼

    매년 2억~4억 명 말라리아·뎅기열 감염 … 유전자 조작 통한 모기 박멸 실험 진행 중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사자? 호랑이? 상어? 아니면 인간? 모두 틀렸다. 정답은 모기다. 지구상에 약 3500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기는 역사상 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모기가 죽인 사람의 수는 다른 동물이 죽인 사람 수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전쟁이나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도 훨씬 뛰어 넘는다. 지금도 모기에 물려 매년 전 세계적으로 2억~3억 명의 말라리아와 5000만~1억 명의 뎅기열 감염자가 발생한다. 이 중에서 100만 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뎅기열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는데, 지난 50년 동안 발병률이 3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뎅기열은 가벼운 독감 같은 증상에서부터 구역질, 두통, 심하면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오죽하면 뎅기열을 ‘브레이크본 열병(breakbone fever)’이라고 하겠는가. 그 외에도 상피병, 일본뇌염, 황열병 등도 모두 모기가 옮기는 질병들이다. 오늘날과 같은 첨단과학 시대에도 여전히 모기를 어쩌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인간이 갈 길은 먼 것 같다. 지금까지 온갖 방법이 시도됐지만, 한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의 극성은 시도 때도 없이 점점 심해져 간다. 급기야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던 모기들이 이제는 팔자 좋게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전 세계로 원정을 나가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 갈수록 무서워지는 추세다. 요즘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39개국에 고루 퍼지고 있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다. 지카 바이러스는 공포를 부를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머리와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소두증 아기를 출산할 수 있고, 팔·다리에서 시작해서 뇌 쪽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낯선 병을 옮긴다.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모기

    과연 어떻게 하면 모기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재까지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살충제다. 모기가 알을 낳을 만한 물웅덩이에 살충제를 뿌려 유충(장구벌레)을 없애거나, 살충제 성분을 기체화해 공기 중에 뿌려 날아다니는 성충을 없애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시각적·정서적 후련함에도 어쩌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모기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기들이 점점 더 영악해지면서 살충제의 주성분인 피레스테로이드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최근에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첨단 유전공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과학자들이 만든 생명공학회사 옥시테크(Oxitec)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모기의 개체 수를 급격히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옥시테크 최고경영자(CEO)인 하이든 패리는 모기의 특성을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모기는 생물학적으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오직 암컷만이 흡혈을 한다는 점 (수컷은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을 먹고 산다), 두 번째는 수컷들은 암컷을 정말 잘 찾는다는 점이다. 옥시테크는 이 두 가지 특징에 착안했다. 우선 수컷 모기를 잡아서 약간의 유전자 조작을 한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 놓아주면 어떻게든 암컷을 찾아 날아갈 것이다. 만약 수컷이 새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짝짓기를 거듭할수록 모기 개체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약 100개, 평생 동안 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제대로만 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옥시테크는 인구 2000~3000명인 마을을 대상으로 현장 실험까지 마쳤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OX513A’라고 명명된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작은 병에 담는다. 다음은 트럭을 몰고 마을을 돌면서 가급적 마을 전체에 충분히 퍼지도록 골고루 놓아주면 된다. 나머지는 수컷 모기 몫이다. 효과는 경이적이다. 옥시테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케이만 군도, 말레이시아, 브라질에서 이집트숲 모기를 대상으로 총 5차례에 걸쳐 실험을 했는데, 해당 지역의 모기 개체 수를 약 90% 정도 줄였다고 한다!

    생태계에 미치는 부작용 신경 써야

    이러한 결과에 고무된 브라질 정부는 2016년 11월, 옥시테크로부터 유전자 변형 모기를 4년간 110만 달러어치 들여오기로 했다. 이미 영국 옥스포드에 매주 약 2000만 마리의 모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일명 ‘모기 공장’)을 갖추고 있는 옥시테크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매주 6000만 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계약을 토대로 매주 1000만 마리에 달하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도시에 방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옥시테크의 이번 실험이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에서도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모두 알다시피 모기는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실험이 성공해서 갈수록 대담해지는 모기의 위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면 인류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수 억년의 진화를 거쳐 만들어진 자연 생태계는 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고, 그 치밀한 연결고리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 오죽하면 자연(自然)이라는 말 자체가 스스로(自) 그렇게 되어 있다(然)는 뜻이겠는가.

    유전자 조작 방법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해서 모기가 자취를 감추게 되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 의도치 않은 치명적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 만에 하나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 잡으려 칼 빼 들었는데 모기는 못 잡고 엉뚱한 곳을 베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리는 와중에 이제 GMI(유전자변형곤충)까지 걱정해야 하니 세상에 공짜는 정녕 없는가 보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하나.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 모기(에데스 모기라고도 불린다)의 사촌쯤 되는 흉악한 모기가 우리나라에도 서식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하는 흰줄숲 모기인데, 특히 숲이나 공원에서 사람을 문다고 한다. 아직은 국내 전체 모기의 3% 정도에 불과한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점차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올 여름 등산, 산책하실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한다.
     
    이코노미스트('17.3.27)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5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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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프리즘] 글로벌 리더십 위기, 중국은 괜찮은가

    • 날짜2017.04.01
    • 글쓴이김창도

    지난 2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명' 중 1위에 테오 엡스타인을 올렸다. 2위는 중국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다. 엡스타인은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시카코 컵스를 이끈 사장이다. 데이터로 운동선수의 야구실력을 분석해 유명한 엡스타인은 2011년 컵스 사장으로 온 후 실력보다는 인성이 좋고 남을 배려하는 선수들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 소통과 배려하는 것이 성공한다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묘하게도 이번에 미국인과 중국인이 글로벌 리더 1, 2위로 나란히 선정되면서 지금의 미국과 중국의 모습이 겹쳐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지금 미국을 보면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가 많이 느껴진다. 
     
    지난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규제 철폐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자국의 석탄산업을 살리려고 세계가 우려하는 탄소배출량을 늘리겠다고 한다.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3141km)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밀어붙인다. 그것도 힘이 약한 멕시코에 비용을 부담시키겠다고 한다. 21세기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때에 현대판 '만리장성'이라니 세계는 경악을 한다. 글로벌 리더 모습은 사라졌다. 

    이를 보는 중국은 내심 자신의 과거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중국은 2000년 전에 야만족의 침입을 막겠다고 '만리장성'을 쌓아 결국은 민족의 창의성과 혁신을 막고 고립을 자초했다. 결과 타민족에 두 번이나 나라까지 넘긴 아픈 교훈이 있다. 지금 미국이 쌓겠다는 장벽은 상징성이 더 크다. 오픈 마인드로 세계 최고의 인재를 불러들여 창의성과 혁신으로 오늘의 성공을 거둔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세계를 이끌어 오던 국가가 자기만 살겠다고 리더 역할을 안 하겠다고 하니 그 다음 국가라도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지 경제, 대외관계, 정치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자.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이 20년 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보면 2020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1.9조달러, 중국은 16.5조달러로 전망한다. 2000년 미국의 GDP는 10.3조달러로 중국의 8.5배(1.2조달러)에 달했다. 

    대외관계를 보면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겪고 있는 영토분쟁이다. 중국은 청나라 시기에 제국주의 열강에 수백만㎢에 달하는 영토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영토문제를 핵심이익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민감하게 대응한다. 

    둘째는 북한의 핵문제이다.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이 한국 및 미국과 갈등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은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세계가 지켜보는데 중국에 우호적이던 한국까지 적으로 만들면 누가 중국에 가까이 다가 가겠는가. 중국이 과거 실크로드 영광을 찾기 위해 추진하는 '일대일로'도 주변국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시스템을 보면 중국은 글로벌 리더로 가기에 갈 길이 멀다. 세계 주류 국가 모두 민주화 시스템인데 중국이 공산당 통제를 고집하면서 다른 국가들을 이끌 수 있는가, 또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높아지는 민주화 요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 대만의 경험을 참조하여 공산당 상층부에서부터 정치 민주화를 단행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세계는 한동안 글로벌 리더십 없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이고 '망하는 조직은 내부부터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빨리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힘을 합쳐 스스로의 길을 찾아야 한다.

    김창도 수석연구원

    출처: 아시아경제 (2017.04.01)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3310947126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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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경쟁(마이클 포터)의 神’이 CSV(공유가치 창출)를 강조하는 이유

    • 날짜2017.03.20
    • 글쓴이박용삼

    300년 이상 12대에 걸쳐 부를 일궈 온 경주 최부자집에는 육훈(六訓)이 전해 내려온다. 대대손손 명심해야 할 여섯 가지 가훈이다. 이 중에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이 있다. 있는 자, 가진 자가 그보다 못한 자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 준다. 현대식 표현으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해당한다. 요즘 많은 기업이 연탄을 나르고, 모내기를 하고, 배식 봉사를 하는 이유다.

    육훈 중에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는 말도 있다. 굳이 그럴 것 까지야 싶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려면 당시로서는 소작농을 쥐어짜야 하는데, 그러면 장기적으로 소작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최씨 집안에도 손해다. 실제로 최씨 집안은 다른 부잣집들보다 30% 정도 낮게 소작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소작인들이 최부잣집 농사를 지으려고 줄을 서고, 더 열심히 일했을 수 밖에. 역시 일반인들과는 생각의 레벨이 다르다. 일방적인 시혜 차원의 CSR을 넘어 지주와 소작농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이러한 윈-윈 해법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와 맥을 같이한다.


    기업의 역할, CSR에서 CSV로 확대

    사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1980년 [경쟁전략], 1985년 [경쟁우위]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설파했던 ‘경쟁의 신(神)’이었다. 그의 가르침을 따라 전세계 기업들은 집중화하거나 원가 우위에 골몰했고, 밸류 체인을 이 잡듯 살펴 차별화를 도모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2011년, 그는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 특히 CSV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물 부족, 사막화, 삼림 훼손, 식량 부족, 전염병 등 하나같이 시급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주로 NGO, 정부, 자선단체 등이 나섰다. 포터 교수 자신도 지금까지 4개의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서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 바 있다. 허나 수십 년간의 순수한 노력 대비 결과는 실망스럽다. 여전히 우리 주변의 문제들은 그대로이고, 갈수록 새로운 문제들이 더해지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포터 교수는 투입 자원의 절대 부족을 지적한다. 비영리 단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기업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사실 기업은 모든 부(富)의 근원이다. 기업이 시장 수요를 충족하며 이윤을 남길 때, 비로소 그 이윤으로부터 세금도 내고, 소득도 누리며, 기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이윤은 모든 행동을 이끌어 내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다. 이윤과 연결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큰 사회 문제라도 차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갈 수 있다. 더구나 엄청난 규모의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겠는가 하는 것인데,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점점 희망이 보이고 있다. 흔히 사회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 간에는 상충관계가 있다고 믿어져 왔다. 사실 과거 기업들은 경제적 성과(이윤)를 위해 사회적 성과(깨끗한 환경, 안전한 작업환경)를 훼손했고, 기업에 대한 삐딱한 시각의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공해 발생을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업이 많아 졌다. 작업 환경을 안전하게 바꿈으로써 안전 사고에 따르는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 문제에 있어서도 기업의 역할은 확장일로다.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코코아 생산, 인도에서의 우유 생산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진 신품종과 경작, 가공 기술 등을 현지 농부들에게 전수해 준다. 그 결과 현지 농가의 수입이 300% 가량 늘어난 것은 물론, 네슬레도 양질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네슬레가 과거 1980년대에 제 3세계 밀림 파괴와 아동 노동력 착취의 오명을 썼던 것에 비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영국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은 아프리카에 보급하는 휴대전화에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은행 네트워크가 취약한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서였지만, 보다폰도 3년 만에 14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대박을 칠 수 있었다.


    기업 위상과 역할 재정립 필요

    그 외에도 많다.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본사를 둔 재인 관개 시스템(Jain Irrigation Systems)은 ‘같은 물로 더 많은 작물을(More crop per drop)’이란 슬로건 아래 태양광물 펌프 기술, 정밀 농업 및 관개 기술을 영세 농부들에게 제공해서 물 사용을 대폭 줄이고 수백만 농부들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 브라질 삼림 업체인 피브리아는 오래된 숲을 파괴하는 대신 성장이 빠른 유칼립투스 나무를 키워 한 헥타르당 훨씬 더 많은 펄프와 종이를 생산해 낸다. 시스코는 지금까지 400만 명의 사람들에게 IT 기술을 교육시켜 고용 창출과 함께 IT 기술의 확산, 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 중에서도 전국 방방곡곡에 숨겨져 있는 전통 먹거리를 발굴해서 판매 기회를 줌으로써 지역경제와 유통업체가 모두 득을 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이 현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헌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기업이냐 반기업이냐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기업 스스로 위상과 정체성, 역할 범위를 재정립하지 못한데 있다. 과거 무작정 돈만 버는 역할에서 나아가 이제 때때로 생색내는 역할로 진화했다면 앞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의 주연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100년 기업, 더 나아가 최부자집 같은 300년 기업이 되려면 거기에 어울리는 긴 안목이 필수다. 앞으로는 소비자의 가치, 기업의 가치,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가 상호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 공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포터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이것이 바로 사업모델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더 높은 차원의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싼 게 장땡이었던 시대를 지나 같은 값이면 새로운 기능에 손이 가는 시대를 거쳤고, 친환경이어야 안심하는 시대를 거쳐 이제 착한 기업의 제품에 끌리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TED 강연 막바지에 포터 교수의 마지막 외침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이 스스로를 다르게 본다면, 또 다른 사람들도 기업들을 다르게 본다면, 세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한때 싸우는 법을 가르쳤던 포터 교수가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세상을 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절정에 CSV가 있다.


    이코노미스트 ('17.3.20.)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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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빨라진다

    • 날짜2017.03.03
    • 글쓴이김창도

    2013년 시진핑 중국주석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처음 新실크로드 구상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꿈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실크로드 상의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 대륙을 경제벨트로 묶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2015년 3월 新실크로드 구상을 일대일로(一帶一路)로 구체화해 발표했다. 일대는 육상 新실크로드 경제벨트로, 일로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로 정했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60여개 국가를 직간접적으로 연결한다. 인구는 44억명(세계비중 63%), 국내총생산(GDP)은 21조달러다(세계비중 29%). 이러한 방대한 지역을 경제적으로 엮기 위해 중국은 국가간 인프라 연결, 무역ㆍ투자 확대 등 5대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자본조달을 위해 중국은 400억달러의 실크로드기금 조성, 자본금 1000억달러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했다. 특히 2015년 3월 AIIB는 57개국의 창립회원국을 확보하고 지난해 6월 제1차 연차 총회를 열고 파키스탄 고속도로 등 5억900만달러 규모의 4개 대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자금조달방안까지 마련한 일대일로는 이제 현실적인 계획이 되었다. 올해 5월 중순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관련 국가 정상회담을 갖고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AIIB도 올해에 25개 회원국이 늘어난다. 다음과 같은 환경변화를 감안하면 앞으로 일대일로 추진은 빨라진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아시아회귀 정책 변화다. 지난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국내 이슈에 집중한다고 했다. 일대일로는 미국의 견제가 줄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내적으로 중국정부는 동부와 중서부 지역을 해외와 연결하여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려 한다. 동부 일부 지역의 소득은 중서부지역의 3배 이상이다. 중국은 또한 주변국과 인프라를 연결해 과잉설비의 해외이전을 포함한 중국기업의 주변국 진출을 가속화한다. 중국의 철강 등 과잉산업의 가동률은 60~70%에 불과하다. 설비 이전과 해외시장 개척이 시급하다. 특히 중국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중국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에 거는 기대가 크며 이 지역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가속화한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중국기업은 일대일로 관련 국가와 지역에 56개의 경제합작구를 조성했다. 투자는 누적으로 18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 투자만 145억3000만달러다. 최근 3년간 중국과 일대일로 관련 국가와의 무역은 3조1000억달러로 중국 전체 무역액의 26%를 차지한다. 앞으로 이 지역 인프라 연결이 빨라지면 무역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을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주변 초국경 경제벨트 조성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 중국-동남아 경제회랑 등 6개의 초국경 경제벨트가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일대일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면 그 주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신도시까지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 1.0을 설계했다면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이 꿈꾸는 개혁개방 2.0이라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추진이 빨라진다. 이는 우리 기업에 기회이지만 또한 중국기업이 주변국 시장을 선점하고 우리 기업과 경쟁이 격화되는 등 위협도 크다. 우리 정부와 기업 간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중국의 정책변화와 중국 업체의 동향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추적해야 하며 일대일로 관련 국가의 정부, 기업 및 국제기구와 협력채널을 적극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


    출처: 아시아경제 (2017.03.03)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3031112252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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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 구조조정, 짚어봐야 할 3가지

    • 날짜2017.02.20
    • 글쓴이곽창호

    과거 20여 년간 많은 나라가 중국 특수를 누렸다. 미국은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값싼 제품들을 소비하면서 좋은 시절을 보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고성장을 구가했고, 한국도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중간재를 수출하면서 이득을 봤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중국 특수가 끝나가고,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대다수 전통산업이 과잉 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 기능에 맡기지 않고 직접 통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근거리에서 덕을 많이 봤던 우리의 피해도 심각하다. 이미 해운, 조선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이제 관심은 철강업이다. 철강은 전 세계적으로 과잉 설비 문제가 가장 큰 업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인 약 8억 t을 생산하는 중국의 생산능력은 12억 t. 어림잡아 4억 t이 과잉 설비다. 일본의 3000만 t, 한국의 1500만 t을 합치면 동북아 3국에만 약 4억5000만 t의 과잉 설비가 존재하는 셈이다. 구조조정 논의가 부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당장 재무적 득실 등 눈앞의 이슈에만 집착하다가는 자칫 수십 년 공들인 산업경쟁력을 와해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철강업과 같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산업의 경우에는 가치사슬 전반의 생태계 경쟁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거시적 영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우선 철강재 수출입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철강 수요는 연간 6000만 t인데, 7000만 t을 생산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2000만 t 이상의 수입재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매년 1400만 t에 이르는 중국 저가 제품이 유입되는 것이 문제다. 일본은 철강재 수입에 대한 관세는 없지만 유통 시장이 폐쇄적이어서 외국산이 침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통 시장을 정비해 수입재를 방어하는 것이 구조조정 못지않게 시급한 문제다. 

    다음으로 한중일 3국 간의 경쟁력 판도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1억5000만 t의 설비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후 및 저효율 설비 위주로 도태시키고 있다. 그 대신 주요 철강사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다. 일본도 2000년대부터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대형 2개 회사 체제로 재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기적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 안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전에 없던 속도와 강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전통 제조업에는 스마트화의 물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화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량 있는 소수의 기업만 성공할 수 있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도 스마트화의 물결을 타고 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올해 한국 철강산업은 구조조정이라는 큰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이 구조조정의 파고를 잘 이겨내고 오히려 경쟁력을 배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한 걸음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도한 흐름을 타고 스마트 경쟁력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동아일보 (2017.02.20) 
    http://news.donga.com/3/all/20170219/82961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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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핵 전쟁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 공포

    • 날짜2017.02.07
    • 글쓴이박용삼

    새로운 변종 속출 … 전쟁 막는 수준의 전염병 방어 노력해야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980년대, 비디오를 볼 때마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던 공익광고 문구다. 이 말을 철썩 같이 믿은 필자는 정품 비디오만을 고집했고, 간혹 친구들의 꾐에 빠져 불법 비디오를 볼 때에도 절대 비행 청소년은 되지 말자 다짐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비행과는 동떨어진 밋밋한 삶을 살게 된 지금, 새삼 깨닫는다. 불법 비디오 따위보다는 호환마마가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호환은 호랑이에 물려가는 것이고, 마마는 임금이나 왕비처럼 지엄한 존재를 의미한다. 이 둘이 합쳐진 호환마마는 정녕 울트라 슈퍼급으로 무서울 게 분명하다. 그렇다. 호환마마는천연두를 일컫는 말이었다. 변변한 치료약이나 방역 체계가 없었던 과거에는 천연두가 제일 무서웠을 성 싶다. 한번 걸리면 열에 세 명이 사망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용한 무당도 소용없고, 어디 멀리 도망쳐봤자 호환마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호환마마가 좀 잠잠해질 무렵이면 장질부사(장티푸스), 호열자(콜레라), 이질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 인구 3분의 1 몰살한 흑사병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21세기 지금은 어떤가. 놀랍게도 인류는 아직 전염병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스, 메르스, 지카 등 매년 희한한 이름의 바이러스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젠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하는 가축 살처분(생매장) 비극이 결코 가축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끔찍한 상상도 떠나질 않는다. 결국 인류는 핵전쟁이나 외계인의 침공, 소행성과의 충돌이 아니라 전염병으로 멸망할 것 같다. 빌게이츠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전 세계 최고 부자다. 2016년 말 현재, 그가 가진 순 자산은 900억 달러(약 100조5000억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5%에 달한다.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써도 다 못 쓸 것이 분명한 이 많은 돈을 그는 다 써 버릴 태세다. 2000년에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든 이래, 그는 글로벌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에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것만 해도 30조원이 넘는다.

    테드 무대에 선 빌 게이츠는 인류의 생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전염병을 경고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빌 게이츠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은 전쟁이나 자연 재해가 아니라 전염병이었다. BC 430년, 스타르타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한창 승기를 잡아가던 아테네는 갑자기 전체 인구의 25%가 사망하면서 맥없이 주저앉는다. 장티푸스 때문이었다. 만약 이때 아테네가 승리했다면 서양의 역사는 한참 달라졌을 게다. 중세 때의 흑사병은 1347년 처음 창궐해서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게 했고, 결국 농노 중심의 봉건제를 끝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4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도 당시 인구 170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감염되고, 14만 명이나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오년 독감’이라 불렸다 한다).

    이제는 각종 교통수단이 발달해서 전 세계가 한마당이다. 전염병이 퍼지기 딱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향후 스페인 독감 급의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의 사망자를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파 경로도 다양화되고 있다. 생화학 테러로 인해 인위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다. 상황을 천 배는 더 안 좋게 만들 요소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 다행히 빌 게이츠는 전염병을 막을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우선 실패 케이스를 보자.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는 주로 서아프리카의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세 나라에서 발병해서 무려 1만 명의 사람들을 몰살시켰다. 이유는 총체적이다. 우선 전염병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확산할지를 알 수 있는 전염병학자들이 없었다. 발병 정보가 온라인에 올라오기까지 굉장히 지체되었고, 그 정보 또한 매우 부정확했다. 준비된 의료팀도 없었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뒤늦게 봉사자들을 투입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에볼라의 특성상 공기 중으로는 퍼지지 않아 다행이었지, 만약 도시 지역에 본격 유입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 분명하다.

    실패 원인을 뒤집으면 성공 비법이 된다. 빌 게이츠는 노력 여하에 따라 전염병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첨단 과학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정보를 주고 받을 스마트폰이 있다. 사람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볼 수 있는 위성지도도 있다. 병원균을 조사하고 백신과 약을 개발할 수 있는 발전된 생물학도 있다. 의지만 있다면 이런 첨단기술을 동원해서 국제보건 시스템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빌 게이츠, “군대 제도 참조하라”

    빌 게이츠는 군대 제도를 참조할 것을 권한다. 모든 나라들은 만약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상비군, 필요에 따라 소집할 수 있는 대규모 예비군이 있다. 나토는 신속히 급파할 수 있는 이동부대가 있고, UN도 평화유지군이 있다. 모의 실험을 위해 워 게임도 거르지 않는다. 전염병을 다룰 때에도 이렇게 똑같이 해야 한다. 빌 게이츠의 진위가 군대 수준의 전염병 방위군을 만들자는 것인지, 군대를 전염병 방어에 투입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군대와 의료진이 협업하자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사실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진정한 적이 얄미운 이웃 나라인지, 지긋지긋한 테러범인지, 아니면 정체불명의 전염병인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이다.

    정녕 인류의 적은 미사일이 아니고 미생물이다. 전염병의 공포는 어쩌면 인간이 자초한 것인지 모른다. 전염병을 막을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전염병이 비켜가기만을 바랐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세계은행의 추정을 인용해 만약 전 세계적 독감이 퍼진다면 세계의 부가 3조 달러 이상 증발하고, 수백만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정도 피해면 충분히 투자할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웃브레이크(1995), 12몽키즈(1995), 나는 전설이다(2007), 눈먼 자들의 도시(2008), 컨테이젼(2011), 연가시(2012), 감기(2013) 같은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전염병의 공포를 다룬다. 영화는 곧 현실이라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정부에서도, 또 언론에서도 올해 주의해야 할 전염병이 무엇인지, 사스나 메르스가 또 오는 것은 아닌지, 온다면 언제쯤인지 아무 말이 없다. 언제까지 마스크 쓴 사람만 보면 울렁증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미리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면 설사 대응이 좀 부실하더라도 면피가 가능하다. 기업들도 나서야 한다. 세상이 건강해야 돈도 더 잘 벌린다. 반 기업정서만 뭐라 할 게 아니다.

    이코노미스트 ('17.2.7.)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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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핵심이익과 美中관계

    • 날짜2017.02.03
    • 글쓴이김창도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자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 줄 것을 강조해 왔다. '핵심이익' 개념을 미국에 처음 제시한 중국 정부 인사는 탕자쉔 前외교부장(장관급)이다. 탕부장은 2003년 1월 뉴욕에서 미국 국무장관 파월을 만나 "대만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되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해야 미중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이 보장된다"고 했다. 이때 중국의 '핵심이익'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에 초점을 두었다. 
     
    2009년 7월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은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회의에서 중국의 3대 '핵심이익'을 제시했다. 즉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기본제도 유지, 국가안보와 영토 및 주권 보호,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이다. '핵심이익' 개념이 확장되었다. 2011년 9월 발간된 "중국의 평화발전" 백서에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국가주권? 국가안보? 영토안정 및 국가통일, 중국의 정치제도와 사회의 전반적인 안정, 경제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의 보장"으로 정의했다. 

    2012년 말 시진핑 지도부가 등장한 후 중국은 '핵심이익'을 미국에 인지시키고 관철시키기 위해 '신형 대국관계'를 양국간 외교 방향으로 했다. '신형 대국관계'의 기본방향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평등과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공동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협력을 심화하며, 국제문제와 이슈에서 협업을 강조하는 것이다. 2013년 6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 구상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이해를 얻어내려 노력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제시한 '핵심이익'과 '신형 대국관계' 중 일부는 수용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반테러 및 비핵화 확산 등 국제이슈에서 양국간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인권문제,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에서는 중국과 갈등을 지속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중국의 '핵심이익'과 미중관계가 큰 도전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이 수교를 끊은 지 37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12월 11일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문제 등에서 계속 소극적으로 나오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국 지정, 반덤핑 및 보복관세 부과 등 위협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모두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핵심이익'을 건드린다. 이것이 중국의 반발(미 국채 매각 위협, 미국제품 수입 제한 등)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공산당 1당 통제의 정치제도 문제점과 인권 문제 등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모두 '핵심이익'과 관련된다. 

    트럼프 행정부 시대 미국과 중국은 반테러, 비핵화 확산 등에서는 협력을 지속하겠지만 많은 분야에서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분야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그게 어려우면 중재 역할을 적극 해야 한다.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모두 우리에게 중요하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고, 한중 경제관계는 우리경제가 지속 성장하는데 필요하고 중요하다. 또한 한미중 공조 없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다음으로 한국의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면 기업과 민간단체가 나서서 미국 중국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 중국과 모두 관계가 좋은 국가와 지역을 찾아 우리 편으로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출처: 아시아경제 (2017.02.03)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2031043093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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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플러스] 왜 그들은 목숨을 던졌을까

    • 날짜2017.01.11
    • 글쓴이박용삼

    이타심은 본능이거나 의지의 문제 …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 도래하기를

    늦은 밤 고속도로. 19세 젊은 여성이 어둠이 내린 도로 위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개 한 마리가 차 앞으로 뛰어 들었다. 그녀는 급히 핸들을 돌렸지만 개를 치고 말았고, 그 충격으로 차는 그대로 몇 바퀴를 회전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역방향으로 멈춰 선 차는 시동마저 꺼졌다. 그녀는 이제 꼼짝없이 죽는구나 생각했다. 그때 건너편에서 운전 중이던 한 남자가 급히 차를 세우고 고속도로 네 개 차선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달려왔다.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고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다음에 그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표표히 자리를 떴다. 정신이 반쯤 나간 그녀는 미처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밤 자신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남자의 모습은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생면부지인 자신을 구해 준 남자의 심리가 못내 궁금했고, 결국 그것을 규명하는 인생을 살게 됐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신경과학과 교수 아비게일 마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연구 주제는 어떤 대가도 없이, 때로는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남을 돕는 행동, 즉 이타심(altruism)의 근원에 대한 탐구다.

    이타심의 근원을 찾아서

    인간은 본래 선(善)할까, 악(惡)할까. 질문은 단순한데, 대답은 분분하다. 선악에 대한 판단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약간 쉬운 문제로 빗겨나 보자. 인간은 본래 이기(利己)적일까, 이타(利他)적일까. 이건 쉽다. 단언컨대 이기적이다. 필자도 그렇고,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사람도 가끔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대개 후일의 더 큰 이득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고 하겠다. 철학이나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등 사람을 다루는 모든 학문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럼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마쉬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답을 찾았다. 첫째는 뇌 구조의 차이, 둘째는 심리적인 차이다. 이타심과는 영 거리가 먼 집단으로 사이코패스를 들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발달장애가 있어 차갑고 냉정하며, 종종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 특히 타인의 얼굴에 나타나는 고통의 표정을 인지하는데 장애가 있어 연민이나 동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가히 이기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뇌에서 두려움이나 고통과 관련된 자극을 처리하는 부분이 편도체다. 대뇌 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를 말하는데, 사이코패스의 편도체는 일반인보다 20% 가량 작고 그 반응성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반면 이타주의자들은 정 반대다. 장기 기증자들의 뇌를 MRI로 측정해 보면, 이들의 편도체는 일반인들보다 8% 정도 더 크고 반응 정도도 훨씬 활발하다. 한마디로 이타주의자들은 원래 그렇게 이타적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편도체가 작더라도 상심할 필요는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후천적으로 이타주의를 셀프 연마할 수 있다. 마쉬 교수가 장기기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남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이타적인 행동을 별로 특별하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들은 동정의 대상을 친구나 가족을 넘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한다. 마쉬 교수는 이런 놀라운 탈(脫)자기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인격이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제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더 이타적으로 발전해 왔다. 역사를 놓고 볼 때 전 세계적으로 동물 학대나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또는 사형 같은 각종 잔인함과 폭력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흔히 있는 혈액이나 골수 기증은 백 년 전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행동이 아닌가. 이미 우리 주변에는 작은 봉사에서부터 자선, 기부, 장기 기증까지 여러 형태의 이타적 행위들이 미덕으로 자리를 잡았다. 편도체의 크기야 어쩌지 못한다 해도 교육이나 여론,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이타심을 키우고, 그 범위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손과 이타적인 손의 협주

    인간은 양면적이다. 이기심 못지 않게 이타적 본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문제는 배합 비율이다. 예수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위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일이 곧 사랑의 실천이라고 역설했다. 공자는 군자가 행하는 최상의 인(仁)은 자기 생명을 희생해 남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고 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더 이상 은밀한 다짐이 아니라 당당한 주장이 되어가는 지금, 성인들의 가르침이 자꾸 멀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 일부 국회의원들은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취지야 물론 좋지만, 과연 법이 어디까지 도덕의 영역에 들어와야 하는지 뒷맛이 영 씁쓸하다. 벌금만 내면 양심의 가책까지 씻어주는 역효과가 나지는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도 미리 해 보게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 주변에, 특히 평범한 이웃들 속에 여전히 이타심의 불꽃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 씨, 세월호 참사 당일 학생들을 끝까지 대피시키고 유명을 달리한 승무원 박지영 씨,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밧줄 하나로 시민 10명을 구한 이승선 씨(그는 대기업이 지원한 상금 1000만 원을 소방서에 기부하기까지 했다), 출근길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조하다가 신호를 위반한 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은 정연승 상사, 원룸 건물 화재 현장에서 입주민들을 대피시키다 질식해 숨진 안치범 씨. 이들 의인(義人)들의 용기와 희생이 때론 질책이 되고, 때론 위안이 되어 우리 사회에 온기를 유지해 준다.

    ‘21세기 르네상스 맨’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실업이나 빈부격차 같은 문제들은 인간의 단기적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앞으로 정보화 사회가 성숙하면 세상은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일갈한다. 혼자서만 행복한 것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탈리의 전망이 노쇠한 석학의 체념 섞인 위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 이타적으로 인도하는 마법의 주문이 되었으면 한다.

    인간은 손이 두 개다. 이기주의가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한’ 손(invisible ‘one’ hand)이라면, 보이지 않는 ‘다른’ 손(invisible ‘the other’ hand)은 이타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두 손의 협주 속에서 세상은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더 살만한 곳이 된다. 그게 진보다.

    이코노미스트 ('17.1.9.)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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