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등재를 최종 결정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23개 시설 가운데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던 7개 시설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해왔었다. 강제노동이 동원된 7개 시설은 나가사키 조선소(대형크레인 등 3곳), 다카시마 탄광, 하시마탄광, 미이케탄광 및 야하타 제철소 등이다. 외교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이들 시설에 동원된 조선인은 5만7900명에 이르며 동원 중 사망자는 94명, 행불자는 4명이다.
이번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신청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시설은 하시마(端島)이었다. 하시마는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위치한 섬으로, 섬의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도 불리며 최근에는 영화 007시리즈인 스카이폴의 배경 촬영지로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래 작은 섬에 불과했던 하시마는 미츠비시 중공업의 이와사키 야노스케가 1890년 구입한 뒤 흙과 돌로 주변을 메꿔 섬의 규모를 키운 일종의 인공 섬이다. 그렇게 하시마를 넓힌 이유는 그곳에 매장된 석탄 때문이었다. 하시마 주변에 매장되어있는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미츠비시는 해저탄광을 만들어 지하 1,000m 아래에서 채굴을 하였다. 또한 미츠비시는 하시마에 고층 콘크리트 아파트를 지었는데 이렇게 건축된 아파트는 일본 최초의 철근식 콘크리트 아파트였다.
당시 하시마에서 생산된 석탄은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같이 신청된 야하타제철소에서 사용되었으며 야하타제철소 역시 근대화된 일본의 최초 제철소였다. 다시 말해 하시마와 야하타제철소는 일본 근대철강산업이 태동된 시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우리에게는 치욕과 분노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섬에서 일하던 근로자의 대부분은 조선인이었으며 많은 이들이 강제노동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본 측은 앞서 군함도(하시마) 등이 메이지시대 산업혁명의 증거물이라고 주장하며 문화유산 등재기간을 1850~1910년으로 한정하여 강제징용에 대한 별도의 역사적 기술이 없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되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도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일본 정부가 강제노역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 입장에서는 이번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세계문화유산등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등재 결정 후 영문, 일문 표현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마찰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다. 일본은 2017년 12월까지 세계유산위원회에 후속조치 경과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