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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미래다 - 포스코신문·포스코경영연구소 20주년 공동기획] 파이넥스·수소환원제철법 등 미래 철강산업 주도

2014.12.24 신현곤 조회수 7,424

철은 부존량 풍부하고 대체소재 없는 유일한 소재 각광

글로벌 철강산업 위기는 철강기업들의 재무적 위기일뿐

세계 철강수요 지속적 증가… 2050년 연간 40억톤 전망

환경친화적 에너지원 활용 기술·노하우가 기업 생존 좌우


수소환원제철법 등 새로운 혁신공정 개발경쟁 갈수록 치열
제조·판매중심 탈피… 융합형 솔루션마케팅 중요성 급부상


철강산업의 미래

세계 최고 경영전략가이자 경영학의 구루인 마이클 포터는 일찍이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고 했다. 기업과 산업은 엄연히 다를 수 있고, 오늘날 철강산업 위기라는 것 또한 기업의 문제를 산업의 문제로 일반화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철강은 다른 어떤 소재와도 비교할 수 없게 부존량이 풍부하고 생산하기가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알루미늄·티타늄·플라스틱·세라믹 등 그 어떤 소재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리사이클링(recycling)을 생각한다면 이만큼 환경친화적인 소재도 드물다.



포스코 파이넥스(FINEX)3공장 출선 장면.


철강산업 위기의 본질, ‘설비과잉’

현대경제학에서는 산업을 기업의 합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경쟁적인 시장을 가정하면 가격은 기업이 아니라 산업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고, 개별 기업은 주어진 가격 신호에 따라 공급하게 된다. 이때 특정기업의 비용이 가격보다 높다면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고, 비용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기업들은 흑자를 보게 된다.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든 산업 전체적으로 과잉공급이 일어나고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산업 전체가 적자 혹은 손익분기점(BEP; Break Even Point) 수준에 이르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소위 수익압착(margin squeeze)이 일상화되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철강위기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의 위기는 철강소재 혹은 산업 자체의 위기라기보다는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철강기업들의 위기, 즉 철강기업들의 재무적 위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중국이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함과 동시에 촉발된 소재 호황기는 소재가격의 급등과 함께 경쟁적인 설비확장, 규모경쟁을 가져왔다. 소위 ‘가속도 원리’에 의한 투자누적과 수요증가를 웃도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이 설비과잉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설비과잉이 수요증가 둔화와 맞물리면서 철강재 가격 급락으로 이어져 철강기업들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키게 되었다. 통상 가동률 조정이 용이하다면 가격급락을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철강산업은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으로서 공급 탄력성이 매우 낮다. 설비과잉이 바로 공급증가로 이어진다. 게다가 원료가격이 급등하여 제조원가 중 원료비 비중이 종래 40%대에서 60~70%까지 높아져 철강사들의 컨버전 마진(conversion margin) 축소와 재무적 위기를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억~6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설비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과잉공급을 소화해낼 수 있는 수요처가 당장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환경규제 강화와 알루미늄 등 경쟁소재로부터의 공격은 철강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시장을 향한 밀어내기식 수출과 자국시장 방어를 위한 보호주의 간 충돌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철강가격 하락, 경쟁열위 기업의 도태 등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유럽과 미국이 그랬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이 그 한 단면이다. 일정기간 세계 철강업계는 내성 키우기와 새로운 미래 모색의 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혁신기술인 CEM(Compact Endless cast-rolling Mill)은 박슬래브를 연속 생산하고 바로 열간압연공정과 연결하여 열연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프로세스를 이용하면 기존 공정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약 50% 절감할 수 있다.


철강산업의 끝없는 진화

그렇다면 철강산업은 현재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다.

지금까지 철강산업은 산업혁명기인 1860년대 영국에서 베서머(Bessemer)가 컨버터(convertor)를 개발한 이후 본격적인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당시 영국이 품질·생산·가격을 주도하며 기술을 확산시켰다. 무기나 공구 등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철강재가 대량생산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가 된 것이다. 시장 형성과 함께 호황과 불황이라는 경기적 순환을 거치게 되고 철강산업의 국가 간 주도권 변화와 기업 간 성쇠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산업이 되었다.

영국의 셰필드스틸(Sheffield Steel)로부터 철강생산 공정과 기술을 전수한 크룹(Krupp) 가족이 독일에 근대 철강산업을 일으키고, 영국 철강기술을 전수한 미국 또한 남북전쟁을 기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철강산업이 근대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역사적으로 철강주도권은 새로운 기술을 누가 먼저 채용하는지, 역내에 풍부한 원료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대량생산을 소화할 수 있는 제조업의 기반이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어왔다. 영국이 그랬고, 미국의 철강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용광로와 베서머 제강법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영국은 자국의 풍부한 석탄과 철광석을 활용하여 근대적인 철강산업을 건설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경제학자 세이의 법칙(Say’s Law)을 빌리지 않더라도 낮아진 강재가격, 풍부한 공급은 철강재의 수요를 급격히 확산시켰다. 한편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는 급속한 제조업 성장과 더불어 오대호 주변 양질의 철광석과 석탄을 가진 미국이 새로운 철강 주도국으로 등장하였다. 원료와 시장의 힘이 철강 주도국이 되는 원천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원료의 수입이나 철강재의 수출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였다, 국내에 풍부한 원료가 있어야 하고 역내에 시장이 존재하여야 했다. 철강산업은 기본적으로 국내용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과 영국 등 전통 철강강국들이 신기술 채용을 주저하는 사이 일본은 대형 용광로, LD전로, 연속주조 등 생산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였다. 부족한 원료는 호주·브라질 등 풍부한 해외에서 대량으로 반입하여 사용하고, 국내 소요에 충당하고 남는 철강재는 수출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적 변화를 시도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것은 그 후 자동차·기계산업 등 세계 최고의 제조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고급 철강재의 수요를 견인하는 선순환으로 작용하였다. 조선의 대형화로 원료 및 제품의 대량수송이 가능해짐으로써 일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큰 힘을 받게 된다. 이후 일본의 임해제철기업 방식은 한국의 포스코, 중국의 바오강 등에 채용됨으로써 현재는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제철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생산 기술 및 양식의 변화는 제철산업의 생산성과 공급여력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철강재 가격을 낮추고 가용성을 크게 높임으로써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수요처 및 수요산업을 창출했다. 소위 철강재의 글로벌 범용화다. 1990년대 이후 불어닥친 민영화와 21세기 초 급속하게 확산된 글로벌화의 흐름은 소재 사용의 범위와 양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민영화는 과거 국영기업체제하의 진입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자본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철강산업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글로벌화는 국제 유동성 확대와 함께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경쟁적으로 철강산업을 유치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철강생산 및 제품 기술이 설비에 체화되어(embodied) 이전됨으로써 일부 고급제품을 제외하고는 생산기술의 평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정보기술 발달과 교육수준 향상에 따라 생산과 기업 운영방식에도 기업 간 평준화가 진행되었다. 이제 품질에 의한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극한적인 가격경쟁이 글로벌 시장을 휩쓸게 되었다. 현재 글로벌 철강시장의 공급과잉과 마진 축소도 말하자면 이 같은 범용화의 결과인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가격보다는 서비스의 차별화, 고객가치를 결합한 남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범용화는 소재의 수요는 크게 증가시켰으나 기업들에는 생존을 걱정하게 하는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시황의 부침 속에서 세계 철강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900년 연간 세계 철강생산이 2800만 톤에서 1945년 2억 톤, 그리고 1970년대 7억 톤에 이어 2013년에는 16억 톤에 이르고 있다. 철강 애널리스트 로드 베도스(Rod Beddows)는 글로벌화의 진전과 인구증가, 그리고 세계 중산층의 급증으로 2050년에는 40억 톤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여기서 수치의 정확성을 따지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은 적어도 수요는 속도의 가감은 있을지언정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것이 소위 팩트(fact)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이 보여준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수요성장의 중심축은 이동할 것이고, 철강주도 기업 또한 새로이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철강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보아왔다. 또한 미국의 유에스스틸(US Steel), 영국의 영국철강공사(BSC)의 몰락을 지켜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혜성처럼 등장한 아르셀로 미탈, 전기로를 기반으로 미국의 뉴코어라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지켜보아왔다. 공급과잉으로 또 한번 생존 시험을 거치고 있는 세계 철강업의 미래 주도자는 앞으로 누가 될 것인가.



값싼 석탄을 사용해 좋은 품질의 코크스를 만드는 것은 제철소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포스코는 저가탄 사용 비중을 늘려 원가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은 건식소화설비(CDQ: Coke Dry Quenching) 버킷(Bucket)에 적재된 적열 코크스.


미래 철강산업의 게임체인저

현재 여건으로 미루어볼 때 환경문제와 원료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고, 글로벌화와 민영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기업이 새로운 주도자가 될 것이다.

글로벌 환경규제의 강화와 고품위 연원료 부존량 감소는 기존 고로 제철법의 위상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일정부분 전기로와 새로운 생산기술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적은 투자비와 우수한 입지경쟁력, 전기라는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생산방식이다. 물론 현재의 발전원이 석탄화력에서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대체된다는 전제가 있다. 전기로가 고로를 급속히 대체해나갈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증설된 신규 설비 중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전기로인 점은 이러한 추세를 확인해준다. 고로 중심의 철강생산 구조를 가진 중국도 2020년이면 고철 공급이 2억 톤을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머지않아 중국에서도 전기로가 고로를 대체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고로와 신세대 전기로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환경문제는 철강공정기술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 혁신을 성공시킨 자가 세계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서 군림할 것이다. 파이넥스(FINEX)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줄이는 공정기술에 더하여,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철강제조법, 가령 수소환원제철법 같은 새로운 혁신공정이 상용화될 것이다. 세계 패러다임 리더가 되기 위한 기업들이 혁신 철강공정기술에 사활을 건 경쟁을 할 날도 머지않다.

글로벌화도 새로운 변인이 될 것이다. 과거 국가 기간산업으로 내셔널 챔피언(national champion)을 구가하던 많은 철강기업이 그 위상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타타(Tata)에 인수된 영국의 코러스(CORUS), 미국의 유에스스틸, 프랑스의 유지노(Usinor) 등 주력기업들의 현재 위치를 보라. 앞으로의 경쟁은 새로운 철강수요, 철강시장을 가진 인구가 밀집한 성장시장을 누가 선점할 것인가의 경쟁이다. 최강의 글로벌 생산기지, 판매 네트워크를 가진 철강사가 주도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네트워크가 강한 기업, 건강한 생태를 가진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로벌 얼라이언스(alliance)를 통해 국적에 매이지 않는 초국가 기업이 철강사업에도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철강 비즈니스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제조와 판매 중심의 기존 철강 비즈니스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다. 제조-판매의 전통 모델에서는 원가가 최고의 경쟁원천이다. 완전경쟁에서는 조금이라도 원가가 낮은 기업이 승자가 된다. 그러나 원가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판매하고 고객을 창출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다. 소위 게임 주도자다. 이들은 기술, 노하우, 경영 패키지 등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세일즈 대상이자 경쟁역량으로 들고 나올 것이다. 철강에도 브랜드와 운영역량을 파는 대리경영,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그리고 애플과 같이 다양한 제조현장의 제품을 활용해 융합형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미래 철강산업의 여러 가지 방향 중 어느 것이 먼저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여러 방향 중 하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세계 철강산업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고통을 치르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의 문제 해결을 넘어 미래 게임 주도자로서, 그리고 패러다임 설정자(paradigm setter)로서 새로운 변신을 선도하는 고민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

신현곤<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연구센터장>

게재지: 포스코신문<원문 보기>